솔로몬은 무역에 손댔고 성공했다. 이집트와 아라비아 사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결과다. 홍해로 빠지는 아카바 바다에는 물류전담 항구를 만들었고 조선소까지 지어 무역선을 확보했다.
에츠욘 게베르Ezion Geber항구다(1열왕 9,26). 이 무렵 스바Sheba 여왕이 찾아왔다. 목적은 무역 협상이었다.
솔로몬 루트로 특산물을 판매하고 싶었던 것이다. 스바 왕국은 아라비아 남쪽 끝에 있었다.
지금의 예멘 인근이다. 기원전 10세기부터 800년 이상 존속했던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전성기에는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까지 포함했다고 한다. 여왕에 대한 기록은 이슬람 경전 쿠란에도 나온다.
빌키스Bilqis 여왕이다. 그만큼 구체적인 인물이다. 열왕기에 의하면 여왕은 향료와 보석을 바치며 면담을 청했다(1열왕 10,2). 향료는 왕실 필수품이었지만 전량 수입이었다.
제전예식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했다. 향료가 없으면 제사가 성립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부자들은 부의 과시로 여겼던 물건이다. 여왕은 이러한 향료 교역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라비아산 고급 향료를 이집트와 가나안에 공급해 부를 축적한 셈이다. 방문은 교역을 위해 솔로몬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데 있었다. 라틴어로 향료는 뻬르푸뭄perfumum이다. 직역하면 연기를 통해서다.
번제에서 제물을 태우면 살타는 냄새가 강하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제물에 향료를 뿌린 뒤 태웠다. 연기와 향냄새를 함께 피웠던 것이다. 화장품을 뜻하는 영어의 퍼어퓸perfume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당시 스바 왕국이 독점했던 향료의 길 Spice Road은 기원전 4세기 희랍의 등장으로 몰락한다. 아라비아 고급 향료 역시 지중해 값싼 향료에 밀려 고전하게 된다.
아기 예수님을 방문했던 동방박사들은 아라비아산 향료를 가지고 왔다. 신약성경은 유향으로 표기했다(마태 2,11).
향료는 향료나무乳香樹에 흠집을 내어 거기서 흘러내린 분비액을 고체화시킨 것이다.
솔로몬을 만난 스바 여왕은 이집트를 거쳐 에티오피아로 갔다. 구전에 의하면 여왕은 그곳에서 솔로몬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훗날 에티오피아 황제가 된 메넬리크Menelik 1세다.
메넬리크 왕조는 스바 왕국을 에티오피아 전신으로 여겼다. 홍해 양쪽 해안까지 자국영토로 삼았고 수도는 에티오피아 고원 악숨Axum에 건설했다.
19세기말 이탈리아 세력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한 황제는 메넬리크 2세(1844~1913)다. 메넬리크 1세 이후 3000년이 지났건만 솔로몬 왕가의 이름을 택한 것이다.
신은근 바오로 신부(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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