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사목, 찾아가는 사목으로 청소년에게 복음을
| ▲ 2017년 주중과 주말의 청소년 여가 활용(복수 응답) |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바쁘다.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은 평일 여가 시간이 2시간이 채 안 된다. 특히 고등학생 상당수는 하루 중 1시간 미만의 여유를 가진다. 그나마 시간이 나면 청소년들은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앞으로 간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여행, 캠핑 등 관광 활동을 꼽았고 문화 예술 관람, 취미·자기개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통계청·여가부 ‘2018 청소년 통계’ 참조)
청소년들은 매일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쉴 틈 없이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 속에서 ‘꼭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면 좋은 일’을 생각한다.
그 선택지 안에서 주일학교와 미사 등 신앙 활동은 몇 번째 순위쯤 놓일까?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선택은 청소년이 사라진 성당의 모습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교회는 눈과 귀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바쁜 청소년들에게 어떤 연결고리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그들을 불러 모았다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선 청소년 사목의 쇄신 현장을 소개한다.
| ▲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청소년들. |
학교와 학원에서 온종일 앉아 있는 청소년들을 또다시 성당에 앉혀두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신앙교육의 방법으로 ‘현장과 체험’이 강조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내는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 팀을 이뤄 도심을 누비며 선행 미션을 펼치는 ‘청소년 축제’, 본당과 기관에서 주최하는 국내외 각종 봉사 캠프 등이 그 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청소년들을 찾아 나서는 사목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신자 청소년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연극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 연출까지 맡는다.
가족, 친구와의 갈등, 학업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 성 정체성 혼란 등 자신들이 고민과 꿈을 극으로 표출하는 자리다. 직접 가톨릭 교리를 전하진 않지만,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매개로 교회를 경험하고 느끼게 한다.
청소년을 당당한 교회의 주인으로, 교육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내세우는 활동을 통해서도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 사도직’은 주일학교, 가톨릭학생회와 구분되는 고유한 특색으로 어린이 주도형 활동을 내세운다.
담당 신부, 교사의 개념 없이 모두 ‘동반자’로 통칭하며 동반자와 어린이가 1:1 멘토링을 맺는다. 현재 서울과 인천에서 초·중·고등학생 70여 명 14개 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달 1번 이상 만남을 통해 생활 나눔을 한다.
학습의 개념 대신 멘토가 생활을 지지해주고 함께 ‘관찰-판단-실천’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오래된 팀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남을 시작해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지며 인격적으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주일학교 시스템의 대안으로 ‘어린이 사도직’을 병행하기 위한 본당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 ▲ 필리핀 건축 봉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청소년 봉사자들의 모습. |
서울대교구 7지구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사회교리 원탁회의’도 청소년들의 주도적 참여가 돋보인다. ‘교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정신 아래 청소년, 교사, 자모 그룹별로 열리는 원탁회의는 집단 지성을 모으는 자리다.
‘위안부 수요 집회, 생태 보호, 청소년 선거권’ 등 다양한 주제의 자유 토론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나온 청소년들의 요구가 반영돼 ‘틴스타 성교육’, ‘두캣 사회교리 퀴즈 골든벨’ 등 다양한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제기동본당 청소년들은 바자 모금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416 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살아있는 교리’, ‘신앙과 하나 되는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청소년 사목을 이야기할 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영향을 받는 가정과 학교의 복음화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청소년 신앙생활의 거울이 되는 가정, 부모의 역할을 가르치기 위해 교회는 전문적인 부모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교구마다 시행 중인 어머니학교ㆍ아버지학교와 예비 부부를 위한 ‘혼인 교리’와 ‘약혼자 주말’이 대표적인 예로 가정의 의미와 주님께서 주신 자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가르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유아부, 중고등부는 전문 강사진이 담당하는 부모교육을 통해 신앙 문제를 비롯해 자녀와의 대화법, 성교육 등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교회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신앙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생애 주기에 따라 임산부 태교부터 유아세례, 첫 영성체, 견진성사까지 이어지는 가정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는 성당에 나오지 않는 90%의 신자 학생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수많은 ‘예비신자’가 있는 곳으로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거점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교육정책 변화와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 등 복합적 문제로 인해 교내 종교 관련 교육 및 활동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교회는 ‘인성·영성 교육’ 차원에서 접근해 청소년 정서 순화와 가치관 교육을 돕고 있다.
일반 중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운영되는 ‘I-Brand반’은 직접 선교의 내용보다는 생명 윤리·진로 교육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담아 냉담, 비신자 청소년까지 교육하고 있다.
수업 중 가톨릭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인근 본당으로 연계해 학생들이 종교와 가톨릭 문화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가톨릭계 학교의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가톨릭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는 교구 본당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학교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을 수여하며 입학을 장려하고 있으며 학부모 기도 모임, 전례에 따른 종교 행사 등을 통해 신자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도록 돕고 있다.
본당 생활이 힘든 청소년을 위한 사목적 배려도 눈에 띈다. 서울 중림동약현본당은 매주 토요일 특전 미사에 인근 재수학원생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이나 온종일 공부에 시간을 쏟느라 여유가 없는 학생, 본당에 나가기 꺼리는 학생들이 가까이 있는 성당을 자유롭게 찾아 주일 미사만은 지킬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청소년 사목의 위기’.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언론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해가 없다. 교회는 늘 시급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신앙 유산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청소년 인구 감소, 신앙에 대한 회의주의적 흐름 등 시대의 큰 변화 속에서도 교회 미래인 청소년을 위해 씨를 뿌리는 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유은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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