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9.05.13. 부활 제4주간 월요일

dariaofs 2019. 5. 13. 15:06



오늘 복음에서는 목자와 양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가 펼쳐집니다. 오늘 제게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목자의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가 둘 사이의 관계를 주도하고, 양들은 철저히 그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목자는 "문으로 들어가고,"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밖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또 "앞장서 갑니다." 한편, 양들은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끄는 대로 따릅니다."


시종일관 목자가 주도를 하고 양들은 자기들이 아는 목소리를 듣고 순종해 따릅니다. 양들은 목자의 말을 들을 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더 풍요롭게 됩니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 10,9)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품 안으로 모여든 양떼인 우리는 그분을 통해 구원을 받습니다.


양들에게 풀밭이 말 그대로 펼쳐진 밥상이듯이, 우리가 얻을 풀밭이란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가득 펼쳐진 주님의 집이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다가오시는 말씀, 우리가 매일 감사히 받아모시는 성체는 주님께서 당신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인류를 위해 마련하신 밥상이랄 수 있습니다.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요한 10,10) 친히 당신 자신을 재료로 차린 가장 맛있고 풍성한 생명의 식탁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다른 민족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일화가 나옵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새로운 길"에 들어선 이들이라 하더라도, 오직 이스라엘만이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민족이라는 선민 사상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기에, 할례도 받지 않은 이민족과 사도의 접촉은 논란거리가 됩니다.


이에 베드로는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환시를 그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주님, 절대 안 됩니다."(사도 11,8) 환시 안에서 율법이 금하는 짐승을 먹으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물론 베드로도 처음에는 이처럼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였지요.


그런데 이 말,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지 않나요?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16,22)


우리가 기억하듯이, 예수님의 수난 예고 후 베드로가 보였던 강경하고 단호한 거부반응과 톤이 비슷합니다.


성미 급하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선을 넘는 그의 성정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율법을 준수하는 유다인에게는 절대 파기할 수 없는 죄라고 습득해왔기 때문이지요.

  피조물인 인간 입장에서 절대 안 된다고 원칙을 고수하려는데, 오히려 주님께서 마음을 바꾸십니다.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사도 11,9)


결국 이방인들도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베드로는 이 모든 과정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해 동족 그리스도인들을 설득합니다. "내가 무엇이라고 하느님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사도 11,17)


스승께서 당신의 뜻을 피력하실 때에도 "된다, 안 된다"를 따지고 들던 베드로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놀랍다 못해 눈부십니다.


베드로는 그때 스승에게서 "사탄아, 물러가라!"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혹독하게 꾸중들은 체험과, 스승의 수난, 죽음, 부활 체험을 통해 이렇게 겸손한 영혼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는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시듯 주님의 양떼인 모든 믿는 이들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양들은 목자가 부르는 대로 밖으로 따라 나가고 이끄시는 대로 따르면 됩니다. 주도하시는 분은 오직 목자이십니다.


또 양이 다른 양을 못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내 이름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도 부르시는 주님께서 그 "문"이시라면 어느 양도 그 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됩니다.


양들은 함께 목자를 바라보고 귀기울이며 무리를 지어 나아가도록 창조되었고 불리웠으니까요. 율법은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새 계약을 통해 완성됩니다. 구분과 경계와 차별이 녹아내려 물길이 생기고 하나가 되어갑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이제 우리는 민족, 언어, 문화, 인종을 넘어 함께 한 목자를 따르는 무리를 이룹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하느님께 청한 바를 얻고 있지요. "당신의 빛과 진리를 보내시어 저를 인도하게 하소서. 당신의 거룩한 산, 당신의 거처로 데려가게 하소서."(화답송)

  "빛"이고 "진리"이신 "목자" 예수님께서 오셔서 양떼인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문"이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산, 그분 거처에 들어가 "생명"을 얻고 또 얻을 것입니다.


이렇듯 영원한 생명의 말씀,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빵이 가득 차려진 우리의 일상이 곧 축제이니, 매일매일 이 생명의 축제를 감사히 누리고 즐기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파티마의 성모님, 저희 회개를 위해 빌어주소서.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