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7월 18일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dariaofs 2020. 7. 18. 05:54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인간의 지도자들과 예수님과의 대비가 두드러집니다.

제1독서에서 미카 예언자는 사회적 불의에 대한 주님의 노여움을 날 선 언어로 전달합니다.

"불행하여라. 불의를 꾀하고 잠자리에서 악을 꾸미는 자들! ... 탐이 나면 밭도 빼앗고 집도 차지해 버린다. 그들은 주인과 그 집안을 임자와 그 재산을 유린한다"(미카 2,1-2).

이스라엘은 왕정이 들어서면서 차츰 계급적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야곱의 열두 형제에서 출발한 형제적이고 동맹적인 질서는 왕궁을 둘러싼 권력과 기득권, 재산에 따른 서열로 재편되지요. 그 과정에서 빈부의 차가 심해지고, 소위 부유층 지도자들은 약한 이를 착취하고 억압하여 가진 것을 더 불려나갑니다. 주님은 미카 예언자를 통해 이를 격렬히 비난하시지요.

우리는 복음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의 지도자, 메시아를 만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일을 아시고 그곳에서 물러가셨다. 그런데도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다"(마태 12,15).

예수님을 없애자고 모의가 시작되자 예수님께서 조용히 물러나십니다. 아직 그분의 때가 아닌 까닭이지요. 그런데 많은 군중이 굳이 물러나시는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그들은 왜 원래의 기득권 세력인 바리사이나 최고의회 구성원을 추종하지 않고 힘 없이 피하시는 예수님을 따를까요? 자칫 줄을 잘못 서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마태 12,20-21).

바로 예수님이 이런 분이시기에 힘 없고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 진리를 갈망하는 이들이 그분께 모여드는 것입니다. 제도적 정식 계보나 연줄도 없고 요란한 제스춰나 인기영합적 마케팅도 할 줄 모르는 분이지만, 가난과 연약함과 부족함을 포용하고 일으켜 주시는 분이기에 군중은 예수님께 끌립니다.

군중은 권력자나 부자들에게는 의무를 이행할지 모르지만, 예수님께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인생사 산전수전 겪다보니 저 위에서 떵떵거리고 큰소리치는 이들에게 더는 희망을 걸 수 없다는 걸, 아프게 당하면서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군중은 그렇게 거두어들인 믿음과 희망을 새로 등장한 가난뱅이 설교가에게 쏟으며 간청하고 매달립니다. 그러니 외적으로는 권력자와 부자가 구원자처럼 보이지만 실상 민중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그들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는 예수님이시지요. 바로 진정한 메시아십니다.

사회 계층 간의 격차는 오늘날이나 그 옛날 성경의 시대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세상에서 가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착취해 부를 축적하는 기득권 세력 또한 함께 이어질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이 더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오십니다.

"하느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네"(복음 환호송).

먼저 우리 사이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상급자와 하급자, 남성과 여성,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의 구분이 없어져야 합니다. 구분은 대립과 분열을 야기해 결국 서로 적대하는 문화를 만들고야 말지요. 그건 분명 악의 짓입니다.

우리 모두가 생명을 부여받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하느님 모상으로 지음받은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반해 타인을 대하며 살아간다면 온갖 차별과 착취, 혐오, 무시 등의 악마적 자취는 우리 사이에 발을 들이밀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서로를 조심히 대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는 다투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으리니"(마태 12,19).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에게서 배웁시다. 그분의 온유함, 평화, 자비, 인내는, 거친 고함이나 자극적 공격, 조롱과 비난 따위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조심스레 마음을 다해 미소하고 약하고 가난한 이를 돌보고 보호하시는 주님과 함께 우리도 서로를 포용하고 지켜주면서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세속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미 예수님의 온화하고 자애로운 사랑의 길을 걷고 있는 벗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