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xabay) |
병원사목을 하시는 수녀님께서 질문해 오셨어요. 유아세례 받은 세 살 정도된 아이가 입원을 했는데 며칠 후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아이를 위해서 병자성사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아기에게 병자성사를 줄 필요가 있느냐? 그렇다. 아니다. 주변에서 엇갈리는 의견이 있나 봅니다.
일견 병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당연히 병자성사를 집행할 수 있다고 답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병자성사 예식의 한 부분인 고해성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닌가 어림해 봅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아직 첫영성체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과연 교리를 받고 첫영성체를 하여 고해성사를 할 수 있고 없고가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고 없고의 조건이 될까요?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고해성사를 생략하고 성사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병자가 의식이 있는지 여부에 달린 것이라 하지만 의식이 있어도 고해성사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참회예절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괄적으로 아픈 모든 이는 병자성사의 대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야고보의 편지에서도 나오듯이 우리 가운데 앓는 이가 있다면 원로를 부르고, 원로는 병자를 위해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병자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입니다.(야고보 5,14-16 참조) 작은 범위에서는 병자가 신자인 경우겠지만, 가족의 요청이 있다면 병자가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목적 배려 차원의 도유가 가능하겠습니다.
자, 다시 수술을 앞둔 아이에게 돌아와서 보더라도 아이가 유아세례를 받았고 수술이 잘 이뤄져서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기원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병자성사는 그 가족을 고무시켜 줄 것입니다. 그 아이 대신에 가족들이 참회 예절에 참여함으로써 고해성사를 대치할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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