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축복하고 삶을 성화시키는 거룩한 표시
▲ 십자성호는 오른손으로 이마와 가슴, 그리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십자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하며 기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상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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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음: 미사가 기도의 으뜸이라고 하셨는데 누구에게 바치는 의식인가요?
라파엘 신부: 미사는 사람들이 성자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을 흠숭하고 그분께 바치는 공적 예배를 말한단다. 그러니 당연히 미사는 아버지 하느님 즉 천주 성부께 바치는 것이지.
나처음: 가톨릭은 유일신을 믿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성부 성자 성령은 뭐예요? 지금까지 여러 신을 섬겨온 건가요.
조언해: 아이고! 넌 ‘삼위일체’라는 말도 못 들었니. 참하느님이신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한 분이시며 삼위이시나 하나의 본질, 하나의 실체, 하나의 본성을 지니신 분이심을 우리는 확고하게 믿으며 명백하게 고백한다. 이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아니니.
나처음: 아니! 어떻게 세 위격이 하나가 될 수 있느냐고, 넌 그게 머리로 이해가 되니?
조언해: 그러니 ‘신앙의 신비’라고 하지.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어 하느님께서 계시하시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신비. 지극히 거룩한 이 삼위일체 신비는 믿음 안에서 오직 하느님께서만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로 당신을 계시해 주심으로써 깨닫게 해 주실 수 있어.
라파엘 신부: 아직 가톨릭 교리에 관해 모르는 처음이에게는 많이 어려울 수 있어. 본질, 실체, 본성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단일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란다. 또 ‘위격’이라는 말은 성부, 성자, 성령을 실제로 구분할 때 가리키는 단어란다.
가톨릭교회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삼위로, 삼위를 한 분의 하느님으로 흠숭하되 각 위격을 혼동하지 않으며, 그 실체를 분리하지 않는다. 성부의 위격이 다르고 성자의 위격이 다르고 성령의 위격이 다르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천주성은 하나이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6항)고 고백한단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를 받아요. 그들은 세례를 받기 전에 먼저 창조주 성부와 구세주 성자, 보호자 성령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해야 하지.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뿌리를 두고 있단다.
조언해: 신부님 그래서 우리가 기도할 때 항상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지 않나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미사도 이 성호경으로 시작하지.
나처음: 아! 가톨릭 신자들이 손으로 십자가를 그으면서 뭐라고 하는 그 기도 말이죠.
조언해: 그래! 그걸 십자성호라고 해. 신부님, 오늘은 십자성호와 성호경에 관해 알려주세요.
라파엘 신부: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거룩한 십자성호를 그음으로써 자신을 축복하고 매일의 삶을 성화시킨단다. 종교 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조차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자마자 십자성호로 자신을 축복했다고 하지.
십자성호는 사도시대 때부터 신자들이 한 동작이야. 세례 때에 십자성호로 인호가 새겨졌다고 바오로 사도는 고백하고 있지.(에페 1,13; 갈라 6,17 참조)
초대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엄지나 집게손가락으로 이마에 작은 십자가를 그으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신을 축복하였단다. 이 전통은 미사 중에 복음 말씀을 낭독할 때 책과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있지.
처음에는 동ㆍ서방 교회 모두 십자성호를 그을 때 이마에서 가슴으로,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 순으로 그었지. 그러다 중세 후기인 14세기부터 서방 교회는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영향을 받아 손을 펴서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성호를 크게 그는 것이 보편화 되었단다.
십자성호를 그을 때 이마에서 가슴으로 긋는 것은 예수님께서 육화하여 하늘에서 땅으로 강생하셨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긋는 것은 주님께서 돌아가시어 묻히셨다가 죽은 이들 가운데 부활하시어 다시 하늘로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고, 우리를 보호하고 성화시킬 성령을 보내셨음을 믿음으로 고백한다는 뜻이란다.
요즘 TV를 보면 운동선수들이 십자성호를 긋고 손에 입을 맞추고 하늘로 치켜세우는 것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행해지는 일반적인 십자성호 모습이지.
초대 교회 때에는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삼위의 이름으로”, “나자렛 예수님의 이름으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인호”라고 외쳤단다.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이렇게 기도하는 것은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요한 14,13-14)고 하신 주님의 약속 때문이야.
그래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교부는 “성호를 그을 때 십자가에 담겨 있는 모든 신비를 생각하라. 손으로 긋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믿음과 선의를 가지고 그어야 한다. 자신의 가슴과 눈, 그리고 신자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을 때, 기뻐하며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쳐라”고 권고하셨지.
성인의 말씀처럼 우리가 성호경을 외우며 거룩하게 십자성호를 그을 때 하느님께 대한 체험도 깊어질 수 있단다. 주님의 약속처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당신 현존 속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신단다. 하느님의 이름은 그분의 본성과 실체와 관련돼 있단다.
따라서 우리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십자성호를 그을 때 하느님의 신성한 본성과 실체와 함께 기도하게 되는 것이지. 이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고양시켜 단순한 인간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권능으로 기도하게 해 주신단다. 즉 우리의 자연적인 기도가 초자연적인 기도로 바뀌는 것이지.
조언해: 십자성호와 성호경에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군요. 그래서 미사뿐 아니라 기도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십자성호를 긋고 성호경을 외우는군요.
라파엘 신부: 바로 그렇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반드시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 주셔. 오늘은 십자성호를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님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게.
“십자가의 표시인 성호를 그을 바에야 제대로 옳게 긋자. 그저 아무렇게나 서둘러 남이 보아도 무언지 알아볼 수조차 없이 해서야 쓰겠는가. 아니다. 올바른 십자성호를 긋도록 하자. 천천히, 시원하게, 이마에서 가슴으로, 이 어깨에서 저 어깨로, 이렇게 하다 보면 온몸이 십자가의 표시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된다.
이마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다시 어깨에서 어깨로 그어나가는 성호에 모든 생각과 정성을 쏟으면 십자성호가 몸과 마음을 감싸주면서 나를 거두고 축복하고 거룩하게 함을 절로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십자가의 표시가 우주의 표시이고 구원의 표시인 까닭이다. 우리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모든 사람을 구원하셨다. 사람을 그 골수에 이르기까지 성화하시는 일 또한 이 십자가를 통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를 올리기에 앞서 십자성호부터 긋는 것이다. 기도를 드리고 나서 성호를 긋는 것은 하느님이 베푸신 바가 우리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유혹을 당할 때면 우리를 굳세게 해주도록. 위기에 처할 때면 우리를 감싸주도록, 축문을 외울 때면 하느님 생명의 풍만함이 우리 영혼도 온갖 결식과 강복으로 채워주시도록 성호를 긋는 것이다.” (로마노 과르디니, 장익 옮김, 「거룩한 표징」 13~14쪽, 분도출판사)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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