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시작하며 잘못 뉘우치고 주님께로 돌아서다
▲ 미사 시작과 함께 참회 예식 때 “제 탓이오”를 세 번 반복하며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친다. 이는 자기 잘못에 대한 아픔과 뉘우침을 표시하는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나처음: 미사에 참여할 때 무엇보다 자신의 허물을 살펴 하느님께 고백하고 이웃과 화해하는 회심의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고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이런 말씀이 신자들에게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아세요.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된 제 친구도 주일 미사 몇 번 빠지더니 고해성사하기 부담스럽다며 성당에 나가지를 않더라고요.
조언해: 맞아요. 저도 주일 미사에 빠질 때가 있는데 또 고해성사를 해야 하나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아마도 많은 신자가 그럴걸요.
라파엘 신부: 나도 신자들로부터 누구누구가 미사를 궐한 후 고해성사 부담 때문에 냉담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깝단다.
신자들이 미사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미사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복음서에서도 우리처럼 성체성사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이 공동체에 분열을 일으키며 주님을 떠나려고 한 사건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지 않니.
나처음: 아! 그래요. 재미있겠는데요. 들려주세요. 신부님!
라파엘 신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5000명을 먹이시는 빵의 기적을 행하신 다음 제자들을 데리고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 회당으로 가시어 ‘생명의 빵’에 관한 가르침을 주셨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라고 말씀하셨지. 그러자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어. 이 광경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 53-56)고 말씀하셨지. 그러자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라며 투덜거리며 예수님을 떠나갔지.
이처럼 ‘성체’와 ‘십자가’는 예수님의 제자들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키는 걸림돌이지. 지금도 예수님께서 이때 사도들에게 하신 말씀, 곧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는 질문은 오랜 세월을 통해 울려 퍼지고 있지.
조언해: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주님께서 주시는 성체성사의 선물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뜻이겠네요.
라파엘 신부: 주님께서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하신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말씀을 듣고 함께 빵을 나눈 후 마음이 타올랐듯이 우리도 미사 안에서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사로 마음을 열고 뜨거워져야 해.
나처음: 그럼 우리가 미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주님께서 당신 살과 피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때문이겠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신자가 아닌 네가 이렇게 답하니 정말 기쁘구나. 그래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미사에 합당하게 참여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회심하고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야. 미사의 의미를 이처럼 제대로 이해하면 모든 이들이 단순히 죄 고백의 부담 때문에 미사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려 하지 않을 거야.
조언해: 미사가 참회 예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군요.
라파엘 신부: 맞아, 주례 사제는 “형제 여러분,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 죄를 반성합시다”라며 신자들에게 참회하도록 권고하지. 미사에 참여한 회중들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하느님과 모든 형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해요.
이 참회의 시간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야. 아직도 자기 죄에 묶여 있거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도 않는 사람은 주님의 파스카 잔치에 합당하게 참여할 수 없고 주님의 몸과 피인 성체성사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3-24)고 하셨지.
이렇게 미사를 시작하면서 먼저 우리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고 고백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되고 하느님과 다시 원만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 거란다.
나처음: 대부분 종교는 예식을 시작하기 전이나 예식 중에 모든 이들이 경건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정화 예식을 하지 않나요. 그런데 참회 예식은 미사 중 어느 부분을 말하는 건가요.
조언해: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라고 고백 기도를 바치는 부분이야.
라파엘 신부: 이 참회 예식은 교회가 현대 사회에 적응하고 쇄신하기 위해 열렸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이후에 새로 생겨난 것이란다.
이전에는 ‘제단 앞 기도’라 해서 주례 사제가 복사와 둘이서 고백의 기도를 바치기는 했으나 미사에 참여한 회중과는 별로 상관없는 예식이었단다. 처음이 말처럼 대부분 종교가 정화 예식을 두고 있지만, 미사는 주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기념하는 가장 거룩한 잔치이자 제사이기에 그 어느 종교의 예식보다도 더욱더 맑고 깨끗한 마음을 요구한단다.
미사 통상문에는 세 가지 양식의 참회 예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는데, 이 양식들은 죄를 고백하도록 이끄는 사제의 초대문으로 시작해 잠시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고백의 기도를 바치고 사제의 용서 간청으로 끝맺고 있지.
참회 예식은 공동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느님뿐 아니라 형제들에게도 우리의 죄를 고백하지. 이 고백은 우리가 이웃에게 부당하게 한 많은 잘못과 사랑을 거스른 것뿐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잘못을 통회하는 것이란다. 따라서 이 고백의 기도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도 담고 있지.
또 고백의 기도를 성모님과 모든 천사와 성인, 형제들이 나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으로 끝맺는 것은 “여러분 가운데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기도하라”(야고 5,13 참조)는 야고보 서간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란다.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참회 예식을 통해 고해성사를 한 것처럼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고 여기면 안 된다는 거야. 이 참회 예식은 죄의 사함을 받는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고 또 우리가 서로 화해를 이루기 위한 예식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해. 그래서 대죄를 지었다면 미사 참여 전에 꼭 고해성사를 해야 돼.
리길재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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