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1월 22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dariaofs 2020. 11. 22. 06:01

전례력으로 올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임금이신 주님이 누구신지 고루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마태 25,32)

복음 말씀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심판하는 분이심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 아드님께 심판의 권한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아들의 날이 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 앞에 나아온 이들을 바라보시고 그들이 살아온 대로 그들의 자리를 정해 주실 것입니다.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 해 주지 않은 것"(마태 25,40/45)

예수님은 가장 작은 이들과 당신을 동일시하시지요. 그들에게 연민과 자비로 베푼 것이 바로 당신께 해 준 것이고, 무관심과 멸시로 외면한 것은 바로 당신을 소외시킨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심판의 기준은 사랑입니다. 지상에서 어느 처지의 삶을 살아가건,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 준 것과 해 주지 않은 것이 기준이 됩니다. 과부의 헌금 일화에서 보았듯이 희사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마태 25,37.44)

예수님의 심판 앞에서 우리는 이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그런데 두 부류의 질문 어조는 상이하겠지요. 아낌없이 내어주면서 준 것을 바로 잊어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나눔의 기회를 찾는 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과 축복이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여쭐 것이고, 자신과 가족의 안위와 사치를 당연한듯 누리며 주변에 누가 힘든지 외면하고 산 이들은 항변하듯 따질 것입니다. 당신이 언제 내 눈앞에 나타나셨느냐고, 당신이라고 밝혔으면 내가 정말 잘해드렸을 거라고 말이지요.

진정한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으니, 주님께서 가난한 이들 안에 당신을 감추시는 것이야말로 신의 한수일 겁니다. 신앙과 사랑의 옥석은 여기서 갈리지요.

제1독서 대목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랑과 자애가 넘치는 착한 목자이심을 보여 줍니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에제 34,15)

당신께서 몸소, 친히 우리를 돌본다고 하십니다. 사실 주님은 우리 대신 살림을 살아주는 분이십니다.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분, 생명을 더 풍요롭게 살리는 분이시라는 뜻입니다. 그런 주님의 사랑을 믿지 못해 의탁을 거두고, 아등바등 진을 다 빼가며 헛손질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화답송)

시편 저자는 착한 목자 품안에서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양의 마음을 노래합니다. 탐욕은 아쉬움밖에 모르고, 감사는 아쉬움을 모릅니다. 목자를 신뢰하고 온전히 의탁하는 양에게는 감사뿐이니 아쉬움이 없지요. 각자 느끼는 아쉬움의 정도는 영혼의 상태와 신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겁니다.

제2독서에서 보여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대속자입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1코린 15,20)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지만,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 죽음을 받아 안으셨습니다. 그분의 속량으로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고 구원을 받았지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1코린 15,22)

주님을 믿는 우리는 육신의 죽음을 끝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 역시 동 트기 직전의 어둠으로 여겨 쉬이 절망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공로로 우리 모두가 영원한 생명이 보장받았음을 믿고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은 이런 분이십니다. 사랑 빼고는 그분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오늘의 말씀들이 보여주고 계시지요.

사랑의 임금이신 예수님 안에서 사랑이 되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우리 사랑이 필요한 이들이 도처에서 우리의 눈길과 마음길과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구원을 위해 주님께서 펼쳐 주신 선물일 겁니다. 가난한 이들이 우리를 하늘 나라에 들어가게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말씀하셨지요.

언젠가 사랑의 심판대 앞에 설 때 사랑이신 분과 기쁘게 해후하고 하나 될 수 있도록, 우리, 사랑의 기회를 놓치지 맙시다. 주님을 닮아 사랑이 되어가시는 벗님을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