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제가 성체성사를 공동 집전하고 있는 모습. ©️서경렬
무슨 질문인가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미사 전례에서 "감사기도" 때 나오는 성찬례 재현 부분의 단어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2017년 이전부터 이미 열심히 미사에 참례해 오신 분들은 이 두 단어 "많은"과 "모든"에 대해 알고 계실 겁니다. 2017년에 "로마 미사 경본"(이하 "경본")이 개정되어 나왔을 때 그 이전에 사용한 미사통상문 내용 중 이 부분도 수정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감사기도 때 사제가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 줄 내 몸이다...." 하고 빵을 들어 올리고 이어서 "이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하고 포도주가 든 성작을 들어 올렸습니다. 참고로 이 때 비로소 빵이 성체로, 포도주가 성혈로 변화, 즉 성변화합니다.
그런데 2017년 "경본" 개정 이후에 한국 교회의 우리말 번역은 앞선 부분 중 "모든 이"란 어휘가 "많은 이"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교회에서도 라틴어 원문에 충실하라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이 "많은 이"로 수정되어야 할 때 상당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2세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라틴어 원문의 뜻을 그대로 살려서 쓰길 바랐습니다.
즉, 성경(마태 26,28; 마르 14,24 참고)과 라틴어 미사 경본의 내용을 정확히 고수하는 것을 중시하며 "많은 이(pro multis)"를 지지하는 의견이 있었고, 이와는 달리 구원의 보편성 때문에라도 "모든 이"를 지지하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죠. 따지고 보면, 라틴어 미사 경본의 "많은 이"는 성경의 기록을 그대로 살린 내용입니다.
성찬례를 제정하실 때 예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 내려왔음을 사도들이 기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모든 이에게 열린 구원의 보편성을 확인하면서 "모든 이"가 그 의미를 더욱 잘 반영한다고 많은 사람이 이해하여 사용해 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임 교황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번역의 문제를 각 나라 교회의 주교회의가 결정하고, 바티칸은 인준을 해 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로마가 중앙집권적인 통치를 하기보다는 건강하게 권위를 분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번역이나 단어 선택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복음화에 가장 도움이 될까?'를 물어가며 답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더 잘 판단할 수 있는 이들은 우선 현지 교회의 주교들입니다.
참고로, 이탈리아 교회가 결정한 미사 통상문은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해서"라고 단어를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바티칸의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보시려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이미 다룬 기사 "단 두 단어, 왜 이게 중요할까?" 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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