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오신 그리스도, 참양식으로 나누다
▲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우리의 참양식으로 나누는 것이 성찬 전례의 핵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 임명된 추기경들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찬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 【CNS】 |
나처음: 미사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셨는데 성찬 전례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조언해: 그건 교리교사인 내가 설명해줄게. 성찬 전례는 △예물 준비 △예물 기도 △감사 기도 △영성체 예식으로 구성돼 있어. 성찬 전례를 시작하는 예물 준비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 즉 빵과 포도주를 제대에 가져다 놓는 예식을 말해. 사제가 예물을 준비하는 동안 미사에 참여한 이들은 헌금이나 준비한 다른 예물을 봉헌하지. 예물 준비가 다 되었으면 사제는 신자들을 초대해 함께 예물 기도를 바쳐. 그런 후 성찬 예식의 정점이고 미사의 중심인 감사 기도가 시작되지.
이 기도는 감사와 축성 기도로 이뤄져 있어. 사제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 전체에 대해 찬양을 드리는 감사송을 바치고, 신자들은 “거룩하시다”로 환호해. 그런 다음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몸소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거행하지. 이어 사제는 그리스도께 받은 교회의 명령을 이해하며 사제들과 성인들을 기억하는 기념제를 지내고, 성체성사를 통해 모든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고 전구하며 영광송을 바친단다.
그런 다음 사제는 바로 빵을 나누는 예식인 영성체 예식을 이끌어. 주님의 기도를 다 함께 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눈 후 주님의 성체를 영하지. 이처럼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이 마련돼 나누는 전체 예식을 성찬 전례라고 해.
라파엘 신부: 언해가 정말 설명을 잘해주었구나. 성찬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체성사란다. 성찬 전례는 마지막 만찬 때에 주님께서 빵과 잔을 들고 하신 말씀과 행위를 반복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성찬 전례는 마지막 만찬의 형식과 절차에 따라 구성돼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빵과 잔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쪼개시고, 빵과 잔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받아 먹어라. 받아 마셔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지.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이 말씀과 행동에 맞추어 성찬 전례의 거행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어. 주님께서 손에 드셨던 빵과 포도주와 물을 제대에 가져놓고(예물 준비), 하느님의 모든 구원 업적에 대해 감사를 드리며 축성을 하지. 이때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고(감사 기도), 사도들이 바로 그리스도의 손에서 받아먹고 마셨듯이, 신자들은 하나의 빵에서 주님의 몸을 받아먹고 하나의 잔에서 주님의 피를 마시지(빵 나눔과 영성체). 이렇게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우리의 참양식으로 나누는 것이 성찬 전례의 핵심이란다.
조언해: 그런데 말씀 전례의 미사 독서는 매일 내용이 바뀌는데 성찬 전례 예식은 항상 그대로 인가요.
라파엘 신부: 좋은 질문이구나. 말씀 전례의 미사 독서는 늘 바뀌지, 특히 말씀 전례의 핵심인 복음은 그날 미사의 주제가 되기에 항상 새로운 것이지. 하지만 성찬 전례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재현하고 기념하는 것이므로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마지막 날까지 항상 그대로 반복돼요.
하지만 정말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단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주님의 명령은 우리에게 당신 선물에 응답하고 그 선물을 성사로 표현하라는 당부이시지. 주님의 완전한 선물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주님의 마지막 만찬을 반복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찬례 자체, 곧 그리스도교 예배의 근본적인 새로움 자체에 있단다. 이것은 주님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당신에게로 이끄시어 하나 되게 하시는 것이란다. 따라서 성찬 전례는 사제가 주님의 마지막 만찬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념’하고 ‘현존’하게 하는 것임을 꼭 알아야 해.
조언해: 과거에는 성찬 전례가 거행되면 세례받지 않은 이들은 모두 성당에서 나가야 했다고 들었어요.
라파엘 신부: 그랬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전까지는 성찬 전례를 ‘신자들의 미사’ ‘봉헌 미사’라고 했지. 언해 말처럼 세례받지 않은 이들은 모두 성당에서 나가고 오직 세례받은 신자만 남은 가운데 성찬 전례가 거행되었기 때문이란다. ‘봉헌 미사’라는 말은 성찬 전례가 교우들의 예물 봉헌으로 시작하고, 감사 기도에서 참된 제물이신 그리스도께서 봉헌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 그런데 봉헌 미사라는 말은 성찬 전례의 의미나 내용을 반영하지만, 그 특성을 전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는 표현이란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한 전례 개혁 이후 교회는 ‘성찬 전례’ ‘감사 전례’라고 부르고 있단다. 교회는 전례 중에 빵과 포도주잔을 들고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구원 업적을 기념하면서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성령과 함께 교회를 성부께 봉헌하기 때문이야.
나처음: 초기 그리스도교를 인육을 먹는 종교라고 박해한 이유가 성체성사에 관한 오해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라파엘 신부: 엄청난 오해였지. 음식은 생명의 자양분이지. 우리의 몸이 음식과 결합돼 있듯이 우리 각자도 자신의 생명으로서 하느님과 하나로 결합해야 한단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분을 먹고 마시고 삼켜서 양식으로 채우는 것이지.
그래서 주님께서는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5-57)고 말씀하셨지. 하느님의 살을 먹고, 하느님의 피를 마시고 살아 계신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받아들인다는 이 엄청난 일이 바로 성찬 전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야.
나처음: 그런데 왜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빵과 포도주로 표현되나요?
라파엘 신부: 빵은 양식이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실속있는 양식이지. 그만큼 빵은 참된 것이지. 그래서 빵의 형상으로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위해 산 양식이 되어 주시는 거야.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은 “우리는 하나인 빵을 쪼개 나누어 먹습니다. 이 빵이 우리에게 불사의 영약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바라셨지.
포도주는 음료이지. 물처럼 목을 축여주기만 하는 음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지.(집회 31,28 참조) 이처럼 포도주는 목을 축여줄뿐더러 기쁨과 만족, 풍요를 안겨주지. 저명한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는 “술은 모든 것을 시원하고 밝게 승화시켜 주는 맑은 아름다움이고 향기이며 생기”라고 예찬했단다.
이런 포도주(술)의 형상을 취해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당신의 신성한 피를 주셔. 그것은 단지 음료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생명이 넘쳐흐르는 몫으로 주신 것이란다. 그래서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그리스도의 피는 나를 취하게 하소서!”라고 자주 기도했지. 그리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신심이 돈독했던 아녜스 성녀는 “나는 그의 입에서 꿀과 젖을 빨았고 그의 피는 나의 볼을 곱게 물들였다”고 했지.
이처럼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술로 우리의 참된 양식이 되어 주신 분이셔. 우리는 이제 그분을 먹고 마실 수 있는 거야. 과르디니 신부는 “빵은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함을 말하며, 술은 과감과 세상이 모르는 기쁨, 향기와 아름다움, 탁 트인 마음과 무진한 베풂을 말한다. 술은 또한 삶과 가짐과 줌의 희열을 뜻한다”고 성체성사를 풀이하셨단다.
나처음: 주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신 의미가 이렇게 심오한지 이제야 알겠네요.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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