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위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을 차리다
▲ 교회가 미사 중에 봉헌하는 본 예물은 교우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 헌금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이다. 사진은 성찬 전례에 빵과 포도주가 제대 위에 차려져 있다. 【CNS】 |
조언해: 지난 주일 교무금을 내러 본당 사무실에 들렀는데 한 자매가 수능 100일 미사 예물을 했는데 자녀가 시험을 못봤다며 신부님이 영험(?)하지 못하고 능력이 없는 거 아니냐며 사무장님께 마구 따지고 있었어요.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돈만 내면 하느님의 축복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라파엘 신부: 내가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게. 어느 날 악마들이 지옥에서 회의를 열었단다. 사탄의 우두머리 루시퍼가 한숨을 쉬며 말했지. “어떻게 해야 교회를 세상에서 없앨 수 있을까? 박해하고 이간질을 하게 해 여러 교파로 갈라서게 해도 번창하니 도리가 없네!”라고. 이 말을 들은 사탄들도 모두 허공만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는데 끝자리 구석에 앉은 꼬마 악마가 손을 들고 말했지.
“루시퍼! 아무 걱정 마세요. 교회가 잘되도록 도와주세요. 박해도 없고 신자 수도 늘게 해 주고, 큰 성당도 짓도록 도와주세요.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교회에 많은 돈을 주세요. 돈만 주면 됩니다. 그러면 교회는 저절로 망할 거예요.” 악마들은 모두 무릎을 치며 한마음이 되어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이처럼 돈이 무서운 거란다.
나처음: 그런데 얼마만큼 내야 헌금을 제대로 바쳤다고 할 수 있나요.
라파엘 신부: 네가 지금 가진 걸 다 바쳐야 한다면 그렇게 할래? 많은 이들이 미사 예물, 즉 봉헌금의 의미에 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오해도 많고, 또 다른 이들에게 나쁜 표양을 주는 것 같아 안타까워. 초대 교회 때부터 미사를 거행할 때 신자들은 예물을 정성껏 준비해 하느님의 거룩한 식탁에 봉헌했단다.
당시 신자들은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빵과 포도주, 우유, 꿀, 그 밖에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가져왔지. 그러면 사제는 이중 얼마를 떼어 미사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교회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사용했단다. 이처럼 예물 봉헌은 첫째,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둘째, 사제의 생활과 교회 운영 그리고 사목과 자선 활동을 돕는다는 이중의 의미가 있어요.
나처음: 미사 예물의 뜻이 이렇다면 봉헌금 액수만큼 하느님 은총을 받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네요.
라파엘 신부: 미사 예물의 액수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그릇된 거란다. 미사가 공동체의 예배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미사 지향을 둔 그 미사가 마치 자기 것인 양 착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지. 사제와 교회를 위해, 특히 전 세계 가난한 교회의 사제와 이웃을 위해 미사 예물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각자가 성의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겠지.
조언해: 좀 전에 초대 교회에선 미사 예물을 빵과 포도주 등 현물로 봉헌했다고 하셨는데 언제부터, 또 왜 헌금으로 대치되었나요?
라파엘 신부: 미사의 예물 준비 예식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당신 손에 드셨던 빵과 포도주, 그리고 물을 제대로 가져가는 행위에서 발전한 것이란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인정하고 박해를 종식하면서 지상에 교회가 세워지고 신자 수가 급속히 늘어났어요.
이에 따라 미사의 예물이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예물을 봉헌하는 행렬도 길어졌지. 그래서 긴 봉헌 행렬 동안 가만히 있기보다 예물 봉헌에 알맞은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어요. 11세기 이후 상공업의 발달로 화폐 통용이 일반화되면서 봉헌 예물도 현물에서 헌금으로 바뀌었지.
조언해: 일반적으로 미사 해설자들이 ‘봉헌 예식’이라고 하는데 ‘예물 준비’는 좀 생소해요.
라파엘 신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전에는 미사의 제사 의미를 강조해 예물 준비가 오로지 ‘제물 봉헌’ 예식으로 인식해 봉헌 예식이라고 불러왔단다. 하지만 교회가 미사 중에 봉헌하는 본 예물은 교우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 헌금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이며, 이 예물은 감사 기도 중에 십자가의 제물로 축성돼 봉헌된단다.
그래서 오늘날 전례는 ‘봉헌 예식’이라 하지 않고 성탄 식탁을 차리고 예물을 준비하는 본래 의미로 되돌려 ‘예물 준비’라고 한단다. 그렇다고 예물 봉헌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냐. 교우들이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고, 헌금함으로써 분명 자신을 봉헌한다는 정성과 마음을 표시하기 때문이야.
나처음: 예물 준비가 성찬 전례의 독립된 예식이라면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라파엘 신부: 좋은 질문이구나. 예물 준비 예식은 제대 준비, 예물 봉헌, 제대 차림, 예물 준비 기도, 정화 예절로 구성돼 있단다. 먼저 성찬 전례의 중심이며 주님의 식탁인 제대를 준비해. 성체포와 성작 수건, 미사 경본을 제대에 펼쳐 놓아요.
그런 다음 예물 봉헌이 이어지지. 사제와 부제는 빵과 포도주, 물을 제대로 옮겨 놓는단다. 이때 예물인 빵과 포도주, 물은 신자들이 가져오도록 권장하지. 신자들이 전례 때 쓸 빵과 포도주, 물을 옛날처럼 자기 집에서 가져오지 않더라도 이 예식의 가치와 영적인 뜻을 그대로 살리기 위함이란다.
예물 봉헌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사제는 정해진 기도문을 바치며 빵과 포도주를 제대 위에 차려 놓아요. 그런 다음 사제는 빵이 담긴 성반을 두 손으로 제대 위에 조금 높게 받쳐 들고 조용히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라고 예물 준비 기도를 바친단다.
이어 사제는 성작에 포도주를 붓고 물을 조금 따르면서 속으로 “이 물과 술이 하나 되듯이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 다음 성작을 조금 높이 받쳐 들고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포도로 가꾸어 얻은 이 술을 주님께 바치오니 구원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해. 이 기도는 모두 유다인의 음식 축복 기도에 성찬의 의미를 더해 만든 축복 기도란다.
제대 차림과 예물 준비 기도를 바친 후 사제는 허리를 굽히고 “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오늘 저희가 바치는 이 제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소서”라며 간청한 후 정화 예절을 이어가. 먼저 사제는 제대 위에 놓은 예물을 분향하고 그다음에 십자가와 제대에도 분향하지. 분향은 교회의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는 것과 같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는 것을 표현해. 이어서 부제나 다른 봉사자는 사제와 그리고 교우들에게 분향해요.
그다음에 사제는 제대 옆에서 손을 씻으며 “주님,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라며 내적 정화를 바라는 열망을 기도를 바친단다. 이어 사제는 제대 한가운데에 서서 교우들을 바라보며 팔을 벌려 “형제 여러분, 우리가 바치는 이 제사를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기꺼이 받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라고 요청하면 교우들은 일어서서 “사제의 손으로 바치는 이 제사가 주님의 이름으로 찬미와 영광이 되고 저희와 온 교회에는 도움이 되게 하소서”라며 응답하지. 예물 준비 예식은 이렇게 진행된단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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