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맞댈 수 없어도, 병사들에게 희망 전하고 싶어”
신학생 대상 일대일 미사 봉헌
5인 미만 방문 미사만 가능해져
인원 나눠 여러 차례 미사 봉헌
SNS로 소통하며 고민 상담도
군종교구 육군 제7사단 칠성본당 김상기 신부가 1월 1일 독수리연대를 방문해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김상기 신부 제공
군종교구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본당 주임 김상기 신부는 무척 바쁘다. 코로나19로 본당 미사 봉헌이나 장병들 모임이 중단되거나 제한 받고 있어서 시간 여유가 생겼을 듯하지만 실상은 더 바빠졌다. 김 신부가 찾아 나서는 ‘양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김 신부는 7사단 구석구석을 방문해 소인원 미사와 면담, 교육을 진행하고 SNS를 활용해 본당 신자 공동체의 신앙 유지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 신학생 병사들에 각별한 관심, 군종병 성소 개발도
김 신부는 관할 부대 신자, 비신자 모든 장병들과 군가족을 사목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신학생들을 사제의 길로 이끄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김 신부가 신학생으로 군복무 하던 시절, 함께 군생활 했던 신학생 2명이 성소를 잃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이때 한 결심이 있다. “제가 군종신부로 활동하게 되면 신학생들이 성소를 잃는 사유가 ‘사제’라는 말은 듣지 않아야 된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7사단에 있는 신학생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성소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는 신학생 3명이 7사단 내에서 군복무 했고 현재는 2명이 전역하고 1명이 기간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올해 초 입대한 신학생 4명은 신병교육대에서 5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각각 자대에 배치됐다.
“기간병 신학생과는 되도록 매주 만나려 하고 있습니다. 부대에 찾아가 신학생과 1대1 미사를 봉헌합니다. 힘든 일이 있는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지 확인해서 부대장과 상의해 처리하기도 합니다. 신학생들이 신교대에서 훈련 중일 때는 주일 오후마다 방문해 간식을 주면서 미사를 함께 봉헌했습니다. 신학생들 인성교육은 제가 직접 맡아서 실시했습니다.”
김 신부는 성소를 찾는 군종병들도 각별히 돕고 있다. 미사에 매주 참례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병사가 있으면 소속 부대(중대, 대대 등) 군종병으로 활동하면서 주변 병사들에게 선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이런 인원이 약 40명 정도 된다. 이 중 신학생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군종병들도 있다. “신학생이 되기 원하는 친구들에게는 한 번 더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특히 전역 후에 해당 교구 성소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김상기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가 1월 13일 신병교육대 수료식에서 신학생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김상기 신부 제공
■ 소인원 미사 봉헌에도 감사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 환경상 정부 방역 단계가 변하면 가장 먼저, 아니 미리 선제 조치를 한다. 김 신부는 칠성본당뿐만 아니라 관할 공소 2군데까지 포함해 주일미사를 7대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는 순간 ‘방문 미사’로 5인 미만 참례만 가능해졌다. 김 신부는 “이 또한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부대에서 미사를 위해 준비해 주는 것은 책상과 의자뿐이다. 본당에서 미사 봉헌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꼼꼼히 챙겨 가야 한다.
“5인 미만만 미사에 참례할 수 있기에 해당 부대 군종병을 중심으로 되도록 신자들만 초대합니다. 5인 이상 모이게 되면 미사를 두 번 봉헌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휴가는 물론 외출까지도 통제되고 있어서 병사들이 밖에서 사오는 간식을 저보다 더 반깁니다. 미사가 끝나면 휴가 가고 싶다거나 전역하고 싶다는 등 병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SNS를 활용한 활발한 사목
김 신부는 대면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단 내에 밀접접촉자가 다수 발생하는 일이 있었고 큰 훈련까지 취소되면서 ‘사제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일 먼저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제작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각 종단별 기도문도 수합해 밀접접촉자와 통제간부들에게 보내고,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에 따라 기도하도록 했다. 지휘관들과 병력 관리 간부들에게도 기도문을 보내 본인과 부대원 전체가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두 개인 SNS로 250여 명에게 일일이 보내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지만 효과는 의외로 컸다. “신앙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 위기가 극복되면 꼭 성당에 나가겠다.” 등 감사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군종교구 육군 제7사단 칠성본당 김상기 신부(왼쪽)가 1월 17일 신학생 병사를 면담하고 있다. 김 신부는 신학생과 매주 면담 시간을 갖는다.김상기 신부 제공
매주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봉헌하는 미사 영상, 김 신부의 강론이 포함된 공소예절과 주보도 100여 명에게 SNS로 보내고 있다. 토요일 오전 일정은 이것으로 할애한다. 신자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당부 이야기를 꼭 보내는 것이 대면 미사 못지않게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속 깊은 대화가 이뤄지는가 하면 갑자기 전화상담이 오기도 한다. “얼굴을 맞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신자 각자의 신앙 상태와 고민거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미디어를 활용한 신앙 면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 신부는 “제 봉급과 본당 예산은 고스란히 병사들에게 향하고 있지만 주님께서 채워 주시는 기쁨이 더 크다”며 “저보다 더 바쁘게 활동하시는 군종신부님들을 위해 신자들의 기도와 응원,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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