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xabay)
친한 친구를 사고로 떠나보내느라 장례식장에서 설 연휴를 보냈습니다. 발인 날 화장장에 따라온 유족들 중에 엄마 손을 붙잡고 있던 꼬마가 묻더군요. "엄마,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 바로 옆에 신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신부님께 여쭤 봐"라며 질문을 제게 넘겼습니다.
아.... 꼬마에게 천국을 어떻게 설명하지? 순간 제 머리는 꼬마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천국을 묘사할 방법을 찾느라 회전수가 높아졌습니다.
독자분들 중에도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이의 질문에 적당한 답을 찾았던 분이 계실 겁니다. 단순하면서 어려운 말 안 쓰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답변이 가능합니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라고 해도 누구나 각자 천국에 관한 상상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은 아이가 좋아하는 장소나 상황을 가지고 설명하면 효과적일 겁니다. "천국은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영원한 삶을 영위하는 곳"이라는 밑그림에 채색을 하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화장장에서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있던 모습을 통해 슬픔이 지배적인 장소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엄마의 따스한 손을 잡고 있는 아이에게 천국이 따로 없겠죠. 그런 상태가 그 무엇으로도 침해받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는 곳이 진정 천국입니다.
그 꼬마에게 천국은 영원히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 곳이라고 들려줬습니다. 이 세상의 시각으로는 엄마의 손을 계속 잡고 있으면 지겨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천국에서는 그런 지루함이 없다고 설명하겠습니다.
또 복음에서 힌트를 주듯, 혼인잔치 같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려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설명에서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그런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천국에 대해 굳이 생각해야 하나? 회의적으로 여기실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은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넘어'의 세계는 부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맺고 있는 사랑과 우정의 관계를 참으로 소중히 생각한다면 이것이 영원하기를 꿈꿀 수밖에 없겠죠. 소중한 이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다면,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열심히 이 삶을 살아갈 겁니다.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하며! 이것이 나로 하여금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천국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구원으로 끌리는 동기를 제공해 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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