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계 교 회

[공지] ‘해미 국제성지’ 선포의 기쁨을 나누며

dariaofs 2021. 3. 5. 20:59

†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우리는 코로나로 힘든 가운데서 사순시기를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를 담담히 짊어지고 신앙 안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형제자매님들께 하느님의 크신 힘과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부디 가까운 시일에 그간의 애로와 성찰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성 요셉 성월’의 시작일인 오늘은 우리 교구에게 뜻깊은 날입니다. 200년 전 오늘, 청양 다락골에서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 탄생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평생 땀으로 한국교회의 기틀을 다지신 신부님의 삶을 기억하며 그 탄생일에 ‘해미성지와 순례길’이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성지’로 선포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하느님 앞에 가장 큰 이름, 무명 순교자!

 

교황청이 “한국 해미의 순교자들 성지를 국제성지로 선포”하는 교령(DECRETUM, 문서번호 ST/872020/P,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장관 살베토르 피지켈라 대주교)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탄생 200주년 희년과 대림시기 시작일인 지난 11월 29일에 발표하였습니다. 교황청의 이번 발표는 ‘무명 순교자’를 하느님 앞에 가장 큰 이름으로 세우고, 교회의 기억 안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삶을 밝혀줍니다.


해미성지는 선교사 없이 신앙을 받아들이고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신앙을 증거한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순교지입니다. 해미의 순교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살아가며, 하느님 앞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진리를 선포하고 하느님나라로 가는 길을 닦아주셨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길을 걸으며 역사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현대사에서 증거하였습니다.


대전교구 곳곳에는 세계 교회가 주목하는 신앙의 못자리인 내포가 있습니다. 보두뇌(Baudounet) 신부님이 “성경에 있는 공동체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뮈텔문서』 1889년 4월22일)고 기록한 바로 그 교우촌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영성을 우리 삶으로 기억하고 되살리며 우리 옆에서, 우리 안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만납시다.

 

무명 순교자를 따르는 작은 실천들: 순례, 깨어남, 나눔

 

‘해미성지’의 국제성지 발표는 가장 소박한 삶에서 그분을 섬기는 우리를 하느님께서 가장 크게 보아주신다고 말해줍니다. 역사를 따라, 신앙의 순례지를 따라 걸어가며 땀으로 한국 교회를 일구신 최양업 신부님과 삶으로 하느님의 역사 구원을 증거하신 순교자들을 만납시다. ‘해미성지’를 종착지로 걸어가는 순례길이 세계인들의 신앙 불꽃을 되살리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과학기술의 화려한 빛이 신앙의 빛을 가린 이 시기에 ‘무명 순교자’를 따르는 우리의 삶이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밝히 보여줄 것입니다. 특히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신 “깨어나십시오!”(Wake up!)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청년문화센터’를 준비하고, 삶의 의미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신앙의 후예로서 우리가 물려받은 과제를 기쁜 마음으로 완수합시다.


대전교구는 그 실천으로 ‘백신나눔운동’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나눔은 인간의 탐욕이 야만성을 드러낸 이 시대에 하느님께 대한 신뢰에 발을 딛고,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려는 작은 실천입니다. 여러분의 협조와 참여를 부탁드리며, 남은 사순시기 동안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하느님의 작고도 크신 존재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부활을 준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르 10,31)

2021년 3월 1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