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2021년 춘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2021년 3월 9일)
존경하는 추기경님과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
친애하는 한국 교회의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그리고 아빠스님,
주교회의 총회를 시작하면서 주교님들께 말씀드릴 기회가 다시 한번 생겨 큰 영광입니다. 이번 총회는 한국 가톨릭 교회가 교황 성하와 이루는 일치의 유대를 강화하는 소중한 기회로, 우리의 사명이 주님의 축복을 받아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먼저 저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 협력자들과 보좌 주교님들, 교구와 수도 사제들 그리고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에게 보여 주시는 사목적 배려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깊은 헌신이 필요한 의장직을 수락하신 신임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의장 주교님께서 저를 이 뜻깊은 자리에 기꺼이 초대해 주시어 주교님들께 연설할 기회를 주심에도 감사드립니다. 주교회의 사무처의 모든 분께도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리며 신중하면서 효과적으로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임 춘천교구장 김주영 시몬 주교님을 따뜻이 환영합니다. 주교님의 직무 수행이 풍성한 결실을 거두시기를 바라며 교황대사관의 전적인 지원을 약속드립니다. 또한 한국 교회의 모든 주교님이 형제애로 주교님께 힘을 실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서상범 티토 신부님의 군종교구장 임명 또한 큰 기쁨이며, 2021년 4월 9일에 거행되는 주교 축성식을 우리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전교구 보좌 주교님으로 임명되신 한정현 주교님께서 지난 1월 25일에 주교로 축성되신 것도 영적 기쁨의 또 다른 원천입니다. 문창우 비오 주교님께서는 3년간 제주교구의 부교구장직을 맡아오시다가, 2020년 11월 22일 한국 주교단의 많은 주교님들께서 참석하신 가운데 제주교구장 직무를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주교님 한 분 한 분께 존경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또한 교황대사관 임무 수행에 대한 주교님들의 아낌없는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교님들의 이러한 협력 덕분에 교황님께서 한국의 하느님 백성을 이끌 가장 좋은 목자를 뽑고 계시다는 사실을 저는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주교님들께서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다른 여러 안건들과 함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초래한 힘겨운 상황들에 대하여 논의하셨습니다. 또한 전례 거행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들이 풀린 뒤에 우리 교회가 신자들을 다시 따뜻이 맞아들이기 위하여 함께 다루어야 할 중대한 도전들에 관하여 논의하셨습니다.
평신도와 지역 신심 단체들에 속한 이들의 그리스도인 양성을 위한 본당의 교리교육 활동도 재개되어야 합니다. 교황 성하께서 자주 호소하시는 말씀, 곧 오늘날 교회는 언제나 선교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 말씀은 현재의 문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합니다.
이는 교회가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복음에 목말라 있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되어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신비를 통하여 구원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변방으로 과감히 떠날 것을 요구합니다.
2020년 9월 20일 삼종 기도 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권고하셨습니다. “또한 우리 공동체들은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경계들’ 밖으로 나가도록 부름받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가져다주신 구원의 말씀을 모든 이에게 전해야 합니다.
이는 삶의 변방에서 살아가며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 오는 힘과 빛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의 지평에 마음을 연다는 뜻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을 닮아야 합니다. 언제나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 아버지이시기에, 사랑하시기에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밖으로 나가십니다. 교회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 교회는 병들게 됩니다”(삼종 기도 연설, 2020.9.20.).
한국 가톨릭 교회는 우리 국민에게 복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여러 상찬할 만한 계획들을 증진하고자 힘껏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계획들 가운데에서 가톨릭평화방송과 가톨릭 신문사들, 종교 간행물들을 통하여 제공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하여 대중 활동과 전례 예식 거행이 중계되고 보도됩니다. 또한 한국 청년 대회, 평화 나눔 포럼과 심포지엄과 같은 다채로운 행사들이 커다란 유익을 주고 있습니다. 타국으로 이주해 나간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요구를 돌보는 소임을 맡은 수많은 교구 사제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가혹한 사회적 여건 아래 살고 있는 다른 나라 국민들의 복음화를 위하여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사제로 파견받은 이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 교회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다른 자선 단체들과 더불어 추진하고 있는 자선 활동들도 언급할 만합니다. 지난 1월 22일에 개소하여 일주일에 세 차례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는 ‘명동밥집’은 한 예시일 뿐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84년 5월과 1989년 10월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그리고 2014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각각 한국을 사목 방문하시고 난 뒤에 세례를 받으려는 한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신학교 입학이나 수도회 입회를 청하는 사람들 또한 매우 많았습니다.
이 기쁜 현상은 대중적 증언이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타종교는 물론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문화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이면서 우리는 만민에게(ad gentes) 나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위대한 사명을 주셨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만민 선교에 나선 위대한 선교사 바오로 성인은 티모테오 성인에게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2티모 4,2). 그 선교 방식을 지켜나가는 교회는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주님의 구원을 선포하는 데에 언제나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11.24.)에서 다음과 같이 촉구하십니다. “‘출발’하는 교회는 선교하는 제자들의 공동체로, 첫걸음을 내딛고, 뛰어들고, 함께 가며, 열매 맺고, 기뻐합니다. ‘첫걸음 내딛기’(primerear)라는 신조어를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 공동체는 주님께서 먼저 이 일을 시작하셨고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음을 압니다(1요한 4,19 참조)”(「복음의 기쁨」, 24항).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제게 허락하신 개인 알현에서 사랑하는 한국 교회의 주교님들이 계속해서 한국 순교자들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증거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널리 알리도록 격려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개인 알현, 2019.1.21.).
“모든 이의 반대를 받았던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처럼”(“출발하는 교회” 국제 모임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 2019.11.30.), 한국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나라의 적대와 당시의 사회 문화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보다는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예수님을 선포하고자 하였습니다.
주교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이 박해로 그들은 고향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마을로 가서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옹기장이의 삶을 택하여 조용히 생활 터전을 옮겨가면서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또한 그들은 옹기 그릇과 항아리에 암호와 서신을 새겨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이 뛰어난 기지를 통하여 온갖 고난 속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우리가 오늘날의 사회 안에서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며 마주치는 큰 어려움 앞에서도 신앙 선조들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새롭고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영감을 얻어 우리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령님께 청합시다.
성좌에서 ‘해미의 한국 순교자들’의 교구 성지를 국제 성지로 설정하는 것은 한국 순교자들을 기념하고 그들의 귀중한 증언을 널리 알리려는 교황님의 바람을 이루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자랑스럽게 기념하면서, 믿음을 지니고 신부님과 그 동료 순교자들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그들의 전구를 통하여 한국 교회가 영원한 참사랑이신 하느님을 향한 향수를 되살리는 새롭고 창의적인 길을 발견하고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주교님들께서 정하신 안건들에 대하여 논의하시는 동안 저는 한국 교회의 주보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에 이번 정기총회의 과업을 맡겨드립니다. 또한 논의 중에 주님께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강복하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주한 교황대사
+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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