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성체 영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 이루다
▲ 성체를 영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루기에 가톨릭교회는 영성체 예식을 아주 거룩하게 거행한다. 사진은 한 수도자가 성체를 영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나처음: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체 영하는 걸 중시하나요?
조언해: 우리가 성체를 영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봉헌하시고 제자들에게 “받아 먹어라”(마르 14,22-24) 하셨기 때문이야.
라파엘 신부: 영성체가 왜 거룩하고 중요한 예식인가 하면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고 하셨기 때문이야. 성체를 영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루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영성체 예식을 아주 거룩하게 여긴단다. 이 일치를 통해 성체를 모신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받고, 교회와 또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과 일치를 이루지. 오늘은 영성체 예식에 관해 이야기해야겠구나.
나처음: 좋아요. 제가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해 성체를 영하지 못해서 영성체에 관해 너무 궁금하거든요.
조언해: 영성체 예식도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여러 예식처럼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죠?
라파엘 신부: 그럼. 영성체 예식은 ‘준비 예식’, ‘영성체’, ‘감사 예식’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단다. 준비 예식은 사제가 성체를 나누고, 신자들이 합당하게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며, 성찬례에 참여한 이들과의 화해와 일치를 드러내는 예식이란다. 준비 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평화 예식, 빵 나눔, 영성체 예식 전 사제의 준비 기도로 이루어져 있단다. 영성체 예식은 사제의 영성체, 교우들의 영성체, 성체 성가로 구성돼 있지. 감사 예식은 감사 침묵 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로 진행되어요.
영성체 예식을 라틴말로 ‘Ritus Communionis’(리투스 콤무니오니스)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공동체 예식’ 즉 ‘공동 참여’, ‘함께 나눔’이라는 뜻이란다. 이 명칭은 4세기부터 사용한 ‘Communio Corporis et Sanguinis Christi’(콤무니오 코르포리스 엣 상귀니스 크리스티,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동참, 또는 나눔)의 준말이란다. 라틴말 Communio는 헬라어 ‘Κοινωνια’(코이노니아)에서 나온 말이란다.
바오로 사도는 성찬례를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Κοινωνια)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방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라며 영성체가 단순한 친교를 넘어 그리스도와 온전한 일치를 이루는 것임을 일깨워 주셨단다.
조언해: ‘주님의 기도’로 영성체 예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뭔가요?
라파엘 신부: 주님의 기도를 영성체 준비 기도로 하는 이유는 이 기도로 일용할 양식인 성체를 청하기 때문이란다. 또 거룩한 성체를 영해 그리스도와 일치될 수 있도록 먼저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니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며 악에서 구해달라고 청하지. 이러한 면에서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영성체 준비 기도라고 할 수 있지.
언해도 알고 있겠지만 사실 주님의 기도는 지금처럼 누구나 다 하는 기도가 아니었단다. 초대 교회 때에는 세례받은 그리스도인만이 할 수 있는 기도였단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 그리스도인만이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지. 그래서 영성체 예식을 시작할 때 사제가 손을 모으고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라며 교우들을 주님의 기도로 초대하지.
사제는 주님의 기도에 이어 악에서 구해진 모든 이가 한평생 평화롭게 살며 언제나 구원된다는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해 달라고 청원하면 신자들은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며 영광송으로 주님의 기도를 마무리한단다. 이 영광송은 주님의 기도 응답인 “아멘”의 역할을 대신하기에 주님의 기도 끝에 아멘을 하지 않아요.
나처음: 그런데 왜 한참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다가 생뚱맞게 서로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죠. 처음 미사에 참여했을 때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조언해: 고객님! 당황하셨군요. 영성체 전에 평화 예식을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3-24)라고 하신 말씀을 따르기 위함이지.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평화 예식 전문을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일찍이 사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 하셨으니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소서”라고 되어있단다. 이 기도는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가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이지. 곧 주님께 당신이 약속하시고 이루신 평화를 청하는 기도란다. 이어지는 “하느님의 어린양…” 역시 주님께 드리는 기도이지. “하느님의 어린양…”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약속하신 평화(“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요한 14,27)와 부활하신 후 하신 평화의 인사(“평화가 너희와 함께” 요한 20,19-23 참조)를 반영한 기도란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은 주교회의가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정하도록 배려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벼운 절이나 가볍게 안음, 그리고 손을 맞잡는 동작 등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눌 수 있어요.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는 가까이에 있는 이들과만 차분하게 인사를 나누며 평화를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나처음: 그런데 미사 때 보니 신부님께서 멀쩡한 성체를 쪼개서 들어 보이시던데 왜 그렇게 하시죠.
라파엘 신부: 미사 중에 성체와 성혈을 들어 회중에게 보여주는 예식은 모두 세 번 있단다. ‘성찬 제정과 축성 때’와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라고 하는 ‘마침 영광송’, 그리고 ‘빵 나눔 예식’ 때란다.
성체를 쪼개는 것을 ‘빵 나눔’ 예식이라고 해. 사제의 이 동작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행하신 거야. 사도 시대에는 성찬례 거행 전체를 ‘빵 나눔’이라고 불렀어.(사도 20,7.11 참조) 이 예식은 하나인 생명의 빵, 세상의 구원을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1코린 10,17)는 의미를 담고 있지.
사실 이 예식은 유다인들의 식사 관습에서 유래된 거야. 가장이 둥글고 큰 빵을 들고 찬양기도를 바친 뒤 식탁에 앉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지. 그리고 이 빵 나눔을 통해 가족과 벗으로서 사랑과 일치를 다졌지.
사제는 빵을 쪼갠 후 한 조각을 성혈에 섞는단다. 빵과 포도주를 따로 축성하는 것이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한다면, 성체와 성혈의 재결합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거야. 이런 이유로 성체와 성혈 양형 영성체를 하지 않아도 그리스도 전체를 받아 모시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지. 이처럼 성체를 쪼개 나누는 것은 영성체를 통해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한 몸을 이룬다는 의미와 모든 이가 하나의 생명의 빵 안에서 일치하며 사랑한다는 뜻이 있단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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