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교회상식 속풀이] 425. 끝이 클로버잎 같은 십자가는?

dariaofs 2021. 4. 6. 00:55

십자가의 형태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십자성호 긋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정작 십자가에 대해서는 속풀이에서 다룬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가까이 있는 상징이라 그랬던 것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속풀이에서 십자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다 아는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 같아서 길게 설명하기도 어색합니다.

그럼에도 십자가에 관하여 몇 가지는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첫째, 십자가는 예수님이 무고하게 처형 당하셨을 때 사용된 형틀이었다는 것.

둘째, 그렇게 중요한 상징인데도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십자가 형상을 자신들이 지녀야 할 신앙의 표지로 삼지 않았다는 점.

셋째, 십자가 공경은 정작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 내에서 공인된 뒤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

넷째, 십자가 공경에 관해서는 헬레나 성녀가 중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에게 십자가가 발현했다고 합니다. 헬레나 성녀는 골고타에서 예수님이 달리셨던 십자가를 찾아냈고, 이후 십자가 공경이 시작됐다고 하겠습니다.("가톨릭 대사전" 참조) 이 정도로 십자가에 대한 간단 설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질문으로 들어온, 클로버잎처럼 세 가닥 잎사귀 무늬로 마감되는 십자가는 과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십자가 모양은 지역적으로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십자가와 라틴 십자가로 말입니다.

 

가로축과 세로축이 같은 길이로 그려지면 그리스 십자가(✚), 가로보다 세로가 길면 라틴 십자가(✝︎)입니다. 그리스 십자가는 그리스어를 사용한 지역, 라틴 십자가는 라틴어를 사용한 지역에서 먼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오른쪽부터) 백합 십자가, 보토니 십자가, 예루살렘 십자가, 켈트 십자가, 콥트 십자가, 타우 십자가.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en.wikipedia.org)



이외에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십자가가 존재합니다. 백합 십자가, 보토니(Bottony) 십자가, 예루살렘 십자가, 켈트 십자가, 이집트 콥트 교회에서 사용하던 콥트 십자가, 타우 십자가 등등 많습니다.

 

이중에서 오늘 질문으로 들어온 십자가가 바로 보토니 십자가 입니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네 방향의 끝이 클로버 형식의 세 갈래 잎으로 나뉘어 있다는 이유로 클로버 십자가라고도 불립니다. 보토니란 말은 단추를 의미하는 버튼(botton)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클로버잎과 같은 장식성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나는 과연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리스도를 위해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지?' 답을 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