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감정… 감정은 마음 근육
몸처럼 마음 근육도 골고루 써야
성인들은 분노를 열정으로 승화
종교인들 중에서 종종 마음 안의 분노를 없애라고 하면서 자기는 마치 분노가 없는 양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과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종교 사기꾼’들입니다.
여러분 중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하는 분이 계시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거나 성격장애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 해 전 상담하러 오신 자매님 한 분이 조심스레 “제가 우리 영감을 보고 욕을 했는데 죄가 되나요?”라고 물으시더군요. 사연인 즉 영감님이 자린고비라서 자매님에게는 오로지 생활비만 주신답니다.
자매님이 미국에 사는 딸이 보고 싶다고 해도 ‘돈 없다고 딱 잘라 버리는 돈 많은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꿈에서 딸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데
새벽 약수터에 나가는 남편이 “나 지금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서 꿈이 깼는데 너무나 화가 치밀어서 문짝에다 대고 욕을 했다는 것입니다. 보속을 달라고 하시기에 하루에 한 번은 꼭 문짝에 대고 욕을 하시라고 했습니다.
분노란 무엇인가? 감정입니다. 감정이란 마음의 근육이라고 합니다. 몸이 근육으로 돼 있듯이 마음도 근육으로 돼 있는데 이 마음의 근육인 심근을 감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몸의 근육을 골고루 운동시키듯이 마음의 근육도 골고루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오래전 교리공부를 하신 분들은 분노를 죄악시해서 아예 참거나 삭히거나 해서 신경증을 유발하고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열성 신자들이 분노는 내 안에 분노마귀가 들어온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신자분들이 심리적으로 강박불안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성인들은 아무런 분노 없이 사셨다고 강변하셔서 신자들에게 신앙적 열등감을 심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데레사 성녀의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데레사 성녀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스페인 순례를 가서 그분의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초상화였습니다. 아주 매섭고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분의 일대기는 더 놀라웠습니다. 신자들과 마차를 타고 가다가 마차가 옆으로 넘어졌다고 합니다. 겨우 기어 나온 신자들이 하늘을 향해 성호를 긋고 감사기도를 하는데 데레사 성녀가 나오더니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하면서 하느님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항의를 하시더랍니다.
수도자가 마음이 약하면 수도생활을 못한다고 하며 당신의 분노 감정을 수도원 개혁에 쏟으셨던 데레사 수녀님. 분노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진 분들이 귀감으로 삼을 분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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