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불가피한 심리적 배설물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없애기보다 직시하는 것이 중요
영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감정이 분노입니다.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해도 화를 내면 손가락질을 당하고 본인도 깊은 자괴감에 빠집니다. 분노가 영성생활의 적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서인지 가톨릭교회의 성인화를 보면 대부분 아주 온유한 얼굴만을 그린 것을 알 수 있고 심지어 주님조차 착한 어린 양이나 저항하지 않는 온유한 분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성 신학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영성생활을 마치 분노를 없애기 위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오랫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그런 바람에 고해소에서 화를 냈다고 고백하는 분들이 줄줄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분노란 무엇인가? 심리적 배설물입니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습니다. 그리고 먹고 나면 당연히 배설물이 생깁니다. 이처럼 분노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결과물이란 것입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늘 마음에 맞는 사람만 만난다면이야 별일 없겠습니다만,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만나기 싫은 사람도 억지로 만나며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다 포용하고 이해하며 산다면 좋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뿐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분노라는 파도에 휘둘림당하며 삽니다. 따라서 분노를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에 역행하려는 시도입니다. 억압을 할 경우, 우리말로 삭힐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후유증이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종교에서는 분노를 없애라고 하지 않고 직시하라고 합니다. 또 분노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보라고 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잘 삐지는 나, 분노가 일어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자신을 보면서 겸손함을 배우라고 합니다. 더불어 분노가 사람 마음 안을 정화시키는 기능도 있다고 가르칩니다.
마치 태풍이 바다 속을 물갈이 하듯이 분노가 사람 마음 안의 온갖 허상과 허세들을 물갈이 한다는 것입니다. “난 분노가 하나도 없어요~” 하는 분들은 성인이 아니라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성격장애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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