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예수님과 하나 되는 과정을 보여 주십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 6,44)
예수님께 온 이들은 자기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아버지는 선택하신 이들을 불러 당신 아드님께로 보내어 구원의 기회를 마련해 주십니다. 아버지 덕분에 아드님 앞에 나아온 이들은 아드님을 믿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요한 6,48)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1)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수님께서 당신이 누구신지 계시하십니다. 말씀이 반복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깊이 들어가 드디어 진리와 맞닿습니다. 당신을,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빵으로 이해시키시면서, 영혼의 생명까지 주는 하늘의 빵이라고 하시더니, 결국 그 빵이 당신의 살이라고 맺으십니다. 모르는 이들이 들으면 가히 충격적인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당신 생명을 내놓아 우리를 살게 하시겠다는 뜻이고, 이 세상의 끝에서 영원으로 이어질 성체성사를 준비시키시는 것이지요.
제1독서는 사도를 통해 복음이 전해져 한 인격의 핵심에 가닿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사도 8,31)
주님께서 천사를 시켜 사마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던 필리포스를 에티오피아 사람에게 인도하십니다. 그는 여왕을 보필하는 고관이였지요.
이방인이면서 예루살렘까지 와 경배하고, 오가는 길에 성경까지 읽는 걸 보면 그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섬기는 꽤 열심한 사람입니다. 마침 이사야 예언서의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를 읽으면서 자신의 실존을 건드리는 대목을 만나 그 참 뜻을 깨닫게 해 줄 누군가가 간절했던 찰나였지요.
"필리포스는 입을 열어 이 성경 말씀에서 시작하여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그에게 전하였다."(사도 8,35)
성경 말씀은 읽는 이의 실존을 건드리며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자신에게서 멈추지 않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연결되지요. 말씀을 읽고, 다가오신 말씀에 머무르는 건 말씀의 표면을 뚫고 진리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기도의 여정입니다. 표면만 흝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진실을 깨닫게 되고, 또 새롭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로써 결국 새로운 피조물인 자신을 통찰하는 지혜와 주님을 만나는 은총을 얻게 되지요.
"그래서 내시는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하였지만 기뻐하며 제 갈 길을 갔다."(사도 8,39)
그는 필리포스를 만나 말씀을 전해 듣고, 세례까지 청해서 받습니다. 주님께서 사명을 마친 필리포스를 그의 눈앞에서 데려가셨지만, 홀로 남은 그는 아쉬움이나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기쁨에 가득차 "제 갈 길"을 가지요.
말씀의 정수에 닿은 이는 그렇습니다. 이제는 하느님께서 친히 그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주실 것이니 영원한 생명에 대한 기대로 기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다가오시는 말씀에 마음을 활짝 열고 주님 사랑에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완고하고 무딘 우리 마음을 뚫으시려고 주님께서 당신이 생명의 빵, 사랑의 빵이심을 반복해 들려 주십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결핍을 잘 아시는 그분은 우리를 살게 하고 풍요롭게, 충만하게 하시는 빵이십니다. 생명이신 그분을 놓지 않고 순례의 여정을 계속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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