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4월 24일 부활 제3주간 토요일

dariaofs 2021. 4. 24. 05:31

오늘 미사의 말씀에는 방향성과 동선이 두드러집니다.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것이다."(요한 6,65)
예수님은 제자들 안에서도 믿지 않는 이들이 있으리라는 것, 심지어 당신을 배반하고 팔아넘길 이도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계셨지만 개의치 않고 불러 함께 지내셨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한계에 걸려넘어져 진리를 향하던 발걸음을 되돌리는 것이 안타까우시지만, 결국 아버지께서 원하시고 허락하신 대로 받아들이시지요.

"이 일이 일어난 뒤로,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요한 6,66)
당신의 살을 먹고 당신의 피를 마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거북하게 여긴 제자들이 투덜거리다 결국 주님을 떠납니다. 예수님도 당신 말씀이 육의 귀와 육의 마음에 머무는 이들에게 거슬린다는 것을 모르시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여길 만한 수준으로 진리를 각색하지 않으십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요한 6,68-69)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고 물으시는 예수님께 베드로가 답합니다. 예수님을 향하던 많은 제자들이 돌아서서 예수님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을 택한 것과 달리, 베드로는 예수님 곁에 그대로 있겠다고 응답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 비장한 고백은 예수님 곁에 멈추어 있겠다는 의미를 넘어서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예수님 안으로 더 들어가길 원한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열어 줍니다.

제1독서는 베드로 사도가 행한 기적을 통해 많은 이들이 주님께 돌아섰다는 일화를 전합니다.

"리따와 사론의 모든 주민이 그를 보고 주님께 돌아섰다."(사도 9,35)
"이 일이 온 야포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주님을 믿게 되었다."(사도 9,42)
팔 년 동안 중풍을 앓던 애네아스가 치유되고 죽었던 주님의 여제자 타비타가 죽음에서 일어나자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섭니다.이 놀라운 일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아직 예수님께 방향성이 형성되지 않았던 이들이었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몰랐거나, 그분에 대해 들었어도 자기와 연관된 접점을 체험하지 못했었기에 그랬을 겁니다. 이제 그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베푸신 주님의 은총을 보고 삶의 방향성을 찾습니다. 인생 안에 새로운 동선이 시작된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인생길에서 그동안 나아오던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영향을 통해 방향을 틀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새로운 창조에 비견되는 모험과 같지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새로이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가장 먼저 방향을 바꾸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홀로 충만히 존재하시던 하느님께서 창조를 통해 세상 만물을 지어내 당신의 생명을 나누어 주신 일부터 시작해서, 거듭 당신을 배반하는 인류를 위해 번번이 마음을 돌이켜 죄인 곁으로 다가오셨으니까요. 또 성자이신 예수님도 사람이 당신께 다가오길 기다리기 전에 사람들 곁으로 내려와 함께하셨지요. 이 방향성과 동선은 자기를 버리는 사랑의 결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님이 우리를 당신 곁에 강제로 묶어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당신에게서 돌아서 떠날 수 있는 자유의지까지 허락하고 존중하는 분이시지요. 우리의 방향성과 동선이 당신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자유 안에서 결단하고 투신하는 사랑이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방향도, 조금 돌고 돌더라도 결국 당신께 와닿으리라는 믿음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의 말씀에서 혹 거북하고 거슬리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주님과 멀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어쩌면 바로 그 말씀 때문에 그분 안에 더 깊이 침투할 수도 있답니다. 믿음이 약하고 편협한 우리는 주님에게서 돌아설 수 있지만 그분은 결코 그러지 못하시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멀찍이 물러선들, 그분의 뜨거운 심장은 우리를 향하고 있고, 어디서든 자석처럼 우리를 세차게 끌어당기시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오늘 우리가 들은 베드로의 고백을 우리의 것으로 삼아 올려 드리는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님 말고 우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우리가 주님의 것이고 주님도 우리의 것이니, 주님 말고 갈 데 없는 우리 모두는 행복합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