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가리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시는 순간, 어머니께 제자를, 그리고 제자에게 당신 어머니를 내어 주십니다.
이는 젊은 제자에게 노모의 돌봄과 보호를 요청하는 인간적 부탁을 넘어, 마리아께 인류를 , 인류에게 마리아를 선물로 주시는 신비로운 증여의 순간입니다. 십자가 아래 선 사랑하는 제자 안에 우리 모두가 들어 있기에, 어머니께 우리를 부탁하고 또 우리에게 마리아를 "네 어머니시다." 하고 내어 주시는 겁니다.
제1독서는 인류의 첫 불순종과 그에 다른 결과를 다룹니다.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사람과 그 아내의 불순종은 뱀의 간교한 유혹에서 시작되었지요. 하느님께서는 먼저 뱀을 벌하시면서 여인의 후손과의 적대적 관계성을 예고하십니다.
불순종한 하와와는 달리 순종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한 마리아는 악을 상징하는 뱀의 머리를 짓밟아 부수는 인류의 강인한 어머니요 보호자십니다. 그 과정에서 입는 발꿈치의 상처는 아드님의 고통, 인류의 고통을 품느라 칼로 꿰찔리고 헤집어진 그분의 피흘리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용감한 여인이신 마리아는 그 상처와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는 인류를 떠나지 않고 보호와 돌봄과 전구를 중단하지 않으십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창세 3,20)
하와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이 의미는 마리아에게서 완성됩니다. 죽음의 악취가 가득한 세상에 영원한 생명이 들어오게 하신 마리아의 용기와 순종이, 이 세상에 죽음이 들어오게 한 원조의 첫 범죄의 참담한 결과를 전복시키고 상쇄하고 회복한 것입니다.
"군사 하나가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아담의 옆구리 갈빗대에서 하와가 나온 것처럼(창세 2,22 참조) 숨을 거두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교회가 탄생합니다. 물은 성령과 세례 성사를, 피는 영원한 생명과 성체 성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새 하와인 교회는 마리아를 자신의 원형과 본보기로 공경하고 사랑합니다.
성모성월 안에서, 부활 시기를 마무리하고 처음 맞는 날에 교회의 어머니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기억하고 기뻐함은 참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어둠의 세력이 우리를 무너뜨리려 집요하게 유혹하고 공격을 해와도 우리에게는 당신 자식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악의 머리를 짓밞아 줄 든든한 어머니가 계시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버겁고 힘겨운 광야살이에서 늘 절룩거리고 비틀대면서도 기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은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품 안에서 사랑 받는 아기가 되어 마냥 행복하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근심 걱정 두려움 모두를 어머니께서 맡겨 드리고 그저 편안하고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만큼은 그래도 된답니다. 어머니의 사랑의 바다에서 마음껏 노니는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을 보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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