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방어에서 시작된 거짓의 습관
한순간 모면하려는 수단으로 사용
자기 문제 외면한 채 남 탓 일삼아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따질 때 얼마나 믿음이 가는가, 즉 거짓의 여부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물건을 사면서 속아본 사람들은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은 불쾌감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거짓은 신뢰에 금이 가게 하고 결국에는 파멸로 이끕니다. 그런데 거짓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거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부모님입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정도 이상으로 아이를 야단치는 경우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을 자기방어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거짓이 습관이 된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고 다른 사람들이 문제라고 강변을 합니다.
성당에 가끔씩 사기를 치는 분들이 찾아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의 눈을 보면 눈동자가 불안하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심지어 상대방을 비웃는 듯한 눈빛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네가 어떻게 내 속을 알겠냐’는 듯한 눈빛입니다. 그런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어두움이 느껴집니다.
또 이렇게 거짓으로 사는 사람들은 그 등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밝으면 몸에서 밝은 기운이 나는데 마음이 어두우면 몸에서도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얼굴표정으로 아무리 연기를 능숙하게 해도, 달변으로 사람을 홀려도 눈과 등에서 나오는 기운은 숨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거짓은 한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거짓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을 파멸시키고 영혼을 악의 노예로 만들기에 거짓이라는 도피처로 도망가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아재개그 하나 하겠습니다. 한 정직한 신부의 푸념입니다.
난 정직한 신부다. 유아영세 후 신자들이 “우리아기 예쁘죠?”라고 하는데 이 신부는 거짓말을 하기 싫어 아무 말도 안했다. 근데 왜 나를 보면 눈을 흘길까.
어떤 자매가 “우리 며느리 될 아이에요. 미인이죠?”라고 해서 “그건 모르겠고 후덕하게 생겼네요~”라고 폼 나게 말해줬는데 며느리 된다는 처자가 나를 볼 때마다 눈을 흘긴다. 지 분수를 모르고! 정직한 게 탈이다.
한 신자가 “우리 아이 성공하겠지요?”라고 묻길래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왜 가족 전체가 냉담을 할까. 사실대로 말한 게 잘못인가 보다.
난 정직한 신부다. 그래서 신자들 모임에서 나만한 본당 신부 만난 걸 은총으로 여기라고 했는데, 왜 다들 헛기침하며 똥 씹은 얼굴들일까. 여긴 내 수준에 안 맞는 곳인가 보다. 근데 신자들이 왜 날 보고 혼자 살길 잘했다고 하는 걸까. 하긴, 한 여자와 살기엔 내가 봐도 내가 아깝다. 그런데 속이 왜 이리 불편할까.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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