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 각자의 부유함을 돌아보게 하십니다.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마르 10,17)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여쭙니다. 기본 계명을 성실히 준수하며 살아온 이스라엘의 모범적 일원으로서 더욱 완전한 삶을 살고 싶는 듯 보이지요. 예수님도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십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거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라고 권유하십니다. 그를 매우 기특하게 보셨기 때문에 알려 주신 숨은 비책이란,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고 당신을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10,22)
그런데 이 말씀이 부유한 그에게는 좌절로 가는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슬퍼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요. 무엇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재물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는 재물이 자기 재산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일 수 있고, 능력이나 가족, 타이틀, 우월감, 인맥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번듯이 구축해 놓은 자기 이미지가 반드시 지키고픈 재산일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포기하기 정말 어려운 자신만의 무엇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일화는 자기 삶에서 어떤 것도 내려놓지 않은 채, 구원까지 덤으로 얹어 보려는 안일한 욕망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은 액세서리나 스페어 부품이 아니라 전 존재를 거는 결단이고 모험이기 때문입니다.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 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마르 10,29-03)
자신을 나름 빛나게 해주는 각자의 재물을 예수님 때문에, 그리고 복음 때문에 내려 놓을 때,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버림과 따름의 동기가 반드시 예수님과 그분 말씀 때문이어야 하지요.
제1독서는 다른 무엇보다 지혜를 추구한 이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지혜와 함께 좋은 것이 다 나에게 왔다."(지혜 7,11)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재물, 권력, 명예, 성공, 겉꾸밈을 추구하며 살지만, 그리스도를 믿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주님을 선택합니다. 그분을 청하면 다른 모든 것도 곁들여 받는다고 지혜를 얻은 이가 말하지요. 온 세상의 주인이신 분을 소유한 이는 모든 것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제2독서에서는 그 말씀이 어떤 분이신지 들려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말씀의 본성에 대한 히브리서 저자의 표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어쩌면 우리가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것 같지만, 실은 말씀께서 다가오셔서 우리를 듣고 빚어가고 계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오늘 슬퍼하며 떠난 복음 속 어떤 사람에게서처럼, 말씀 앞에서는 신앙 고백의 옥석이 가려집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각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또 그것으로 가난한 이들을 섬길 수 있는지 물으십니다. 우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예수님 시선 앞에 더 진실되게 더 뜨겁게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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