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속뜻을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루카 11,42)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루카 11,46)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을 꾸짖으십니다. 종교 지도자 계급이고 이스라엘의 기득권층이며 아비규환의 장터 너머 거룩함의 영역에 속한 그들이 과연 그동안 이런 비난을 공개적으로 들어나 봤을까 싶네요. 아마도 감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예수님이 처음이시지 않을까요.
예수님의 신랄한 목소리를 복음사가가 그대로 복음서에 남긴 건, 성경을 읽는 우리가 비난에 동조해서 함께 그들을 심판하고 단죄하라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귀중한 묵상기도 시간을 그렇게 단죄와 자책으로 보내기는 좀 아깝지요.자주 언급하는 바지만, 꾸짖음에 귀를 잘 기울여 보면 그 안에는 주님께서 대상에게 간절히 바라시는 기대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말씀 기도를 통해 바로 그걸 포착하면 됩니다.
"윗자리 ... 인사받기 ... 드러나지 않는 무덤 ... 짐을 지우고 외면하기"
예수님은 대접받기를 좋아하고 겉과 속이 다르며 그저 말 뿐인 행실들을 멈추길 바라십니다. 그건 하느님의 영광이 아닌 자기 영광에 골몰하는 모습이니까요. 주님은 당신의 사람이라 불리우는 이들이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위선을 버리고, 타인에게 더 관대한 사람이길 바라시지요.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루카 11,42)
십일조와 예물 봉헌, 외적인 예식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하느님은 그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마음을 보는 분이시니까요.
마음을 다해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 이는 누가 보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그는 제도와 신분, 문자와 형식을 초월해 진리와 영으로 하느님을 섬기지요. 예수님은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받아 누리는 바리사이, 율법 학자들이 내적으로 꽉꽉 채워진 진정한 주님의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큰 호의와 관용과 인내를" 받았으면서도 완고한 마음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꾸준히 선행을 하면서 영광과 명예와 불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로마 2,7)
이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선행을 하면서, 자기 영광과 명예가 아닌 하느님의 영광과 명예를 추구하는 이는 삶의 어느 경로를 관통하건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여정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로마 1,11)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자유인이나 노예나, 부자나 가난한 이나, 어느 신분의 사람이건 하느님은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높낮이와 수량, 타이틀과 직책을 보지 않으시는 그분은, 그 대신 어쩌면 온도를 감지하지 않으실까 싶네요... 당신을 향한 뜨거운 사랑, 그리고 피조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이에게 하느님 마음이 한없이 끌리실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소박하고 조촐하나마 온 마음을 다한 사랑의 제사로 주님의 마음을 얻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비록 우리의 미소는 마스크 안에 가려져 있지만, 타인의 어려움을 감지하여 베푸는 소소한 친절과 작은 선행이 이웃의 마음을 녹이고 빗장을 풀어 이 세상에 평화의 시공간을 한 평 더 넓히게 될 것이고, 하느님을 흡족하게 해드릴 것입니다. 힘들고 고된 세상살이 중에서도 나날이 사랑의 발자국을 쌓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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