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를 긴장시키십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
예수님께서 "구원받을 사람이 적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십니다. 구원이 좁은 문의 심상과 직결되는 듯 들리지요. "좁은 문"은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좁은 곳을 통과하려면 존재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단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적으로 세상 것 다 움켜쥐고, 또 내적으로도 탐욕이 가득해서는 그렇게 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리적으로 소유한 많은 것을 몽땅 다 끌어안고 하느님 나라의 문을 통과해 보려는 이, 탐욕과 이기심에 정신과 영혼이 잔득 비대해져 도무지 비워지지 않는 이, 고통과 희생은 회피하고 설렁설렁 편하게만 가고 싶은 이에게 어쩌면 하느님 나라의 문은 지나치게 좁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모른다."(루카 13,25.27)
게다가 집주인은 정해진 때가 오면 가차없이 문을 닫아버리고,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주인과 스친 인연을 내세우는 이들에게 주저없이 "모른다" 하는 분이십니다. 힘써서 좁은 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이들은 반기지만, 너무 거대하고 둔중한 자아 때문에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냉정하기까지 하십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구원에 이르는 길을 차근히 알려 줍니다.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로마 8,30)
하느님께서 구원하시려는 이들을 미리 뽑으시고 정하십니다. 친히 그에게 당신 목소리를 들려 주시어 부르시고, 믿음의 은총을 내려 주시지요. 그가 기꺼이 믿음으로 응답하면 그 믿음을 의롭다 인정해 주시고, 그에게 당신 영광을 나누어 주십니다. 구원의 여정이지요.
누구도 세상에 펼쳐진 모든 길을 욕심껏 다 갈 수는 없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한다면 다른 길은 포기했다는 표현이니까요. 구원이 "좁은 문" 너머에 있다면 그 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선택하여 그 여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의 선별은 그 여정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지요.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로마 8,26)
이 여정 안에서 부르심과 믿음, 의화가 이어집니다. 주님의 선제적 주도권과 우리의 응답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지요. 영적 여정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를 이끄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우리를 대신해 간구해 주시는 성령과 함께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영혼은 더 단촐해지고 존재는 더 경쾌해집니다. 구원에 알맞게 정화되고 성화되어 설령 문이 없어도 통과하게 되지요. 구원입니다.
"하느님이 복음을 통하여 우리를 부르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차지하게 하셨네."(복음 환호송)
하느님께서 구원으로 건너가는 좁은 문을 지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복음을 건네셨습니다. 복음에는 우리가 가야할 길의 내용과 방향이 적혀 있지요. 어떤 격려는 기쁘고 어떤 가르침은 버겁지만, 무지하고 나약한 우리가 그리스도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세세히 알려 주십니다.
각자의 구원 여정에 놓인 "좁은 문"을 들어갈 수 있도록 말씀 안에서 길을 찾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 문이 좁은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고, 왜 좁은 문인지도 자신이 제일 잘 알 겁니다. 우리를 위한 간구를 그치지 않으시는 성령께 의지하여, 좁은 문을 향해 힘써 나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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