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 백성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을 보여 주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루카 14,3)
안식일에 수종을 앓는 사람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물으십니다. 이 일이 바리사이의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 집에 초대받으셨을 때의 일이니 앓는 이 역시 손님 중 하나였을 수 있지요.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이 당신에게서 가장 경계하면서 올가미를 놓으려는 지점이 어디인지 잘 아시면서 이렇게 대놓고 물으시는 것으로 보아, 이 질문은 정면 돌파하시겠다는 예수님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창조적 온전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를 보시면 당장 그를 고쳐 주고 싶어하십니다. 치유와 회복으로 하느님께서 그에게 부여하셨던 창조 때의 충만함을 되돌려 주시려는 겁니다. 그 온전함과 충만함이 그에게 평화를 되찾게 해 줄 것이고, 그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은 앓는 이의 고통이나 갈망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안식일에까지 손을 쓰지 않아도 그는 여태까지 그래 온 것처럼 불편하고 고통스런 채로 꾸역꾸역 살아갈 거라 여길 테지요.
그들에게는 한 사람의 평화와 행복보다 지켜야 할 제도와 형식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그렇다면 율법은 예수님에게보다 오히려 율법 수호자인 그들에게 올가미일 수 있겠네요. 자칫 그 좋은 율법이 하느님의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냉담해지라고 악이 놓은 함정이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루카 14,5)
타인의 고통보다 율법이 먼저인 이들에게 예수님은 아버지로서의 자애, 목자로서의 연민을 일깨우시려 예까지 드십니다. 혹 앓는 이와 관계가 없다고 여겨서 한없이 냉정할 수 있는 거라면, 사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가 있다고 깨우쳐 주시려는 겁니다. 사랑이신 분이 사랑하지 않으려는 애쓰는 이들을 보는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우실지요...
제1독서에서는 사도 바오로가 예수님의 바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로마 9,2)
사도는 세상 어느 민족보다 앞서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과 초대를 받았던 동족 이스라엘의 완고한 마음 때문에 슬퍼하고 아파합니다. 동족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저주를 받아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동포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자격, 영광, 여러 계약, 율법, 예배, 여러 약속이 그들에게 주어졌습니다."(로마 9,4)
유다인들에게 진즉에 주어졌던 이 어마어마한 은총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고착이 더더욱 안타까운 게지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여부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미 받은 것들은 자칫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벗님! 우리 각자가 주님에게서 받은 특별한 은총들이 평화와 행복을 갈망하는 주위의 이웃들에게 사랑으로 흘러나가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하느님 사랑을 막는 법은 없답니다.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사랑의 통로로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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