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하느님과의 관계와 형제 사이의 관계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들려 주십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루카 17,1)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루카 17,3)
"저희에게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루카 17,5)
오늘 복음의 대목은 길지 않지만 세 가지 가르침의 모음집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두 가지는 사람 사이의 문제를 다루고, 마지막 가르침은 하느님과의 관계, 즉 믿음에 대한 것이지요.
앞서 두 가르침은 형제에 대한 책임을 강조합니다. 첫째는 나의 그릇된 말과 표양이 작고 소박한 이들을 헷갈리게 만들어 악에 떨어지게 할 수 있음을 주지시키시는 내용이고, 둘째는 형제의 오류나 타락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촉구입니다.
형제의 행위를 교정하는 위치에 서게 된 이는 그 꾸짖음이 다양성에 대한 무지나 감정적 신경증적 폭발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스스로 조심"해야 합니다. 형제의 죄를 꾸짖을 때 함부로 단죄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되며, 그가 회개하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제든 용서를 건네야 하지요.
"저희에게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루카 17,5)
이미 제자단 안에서 생활하며 나름 공동생활의 고충을 겪고 있을 제자들이 형제간의 지침을 듣고 바로 예수님께 "믿음"을 청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복음적으로 잘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연결이 필요함을 깨달은 건 아닐까 싶네요.
"너희가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루카 17,6)
예수님은 하느님께 대한 아주 작은 믿음이라도 있으면 못할 일이 없으리라고 하십니다. 믿음이 피조물 안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형제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줍니다.
형제를 변화시키는 기적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이니까요. 그저 우리는 있는 힘껏 믿음을 부여잡고 기다리면 됩니다. 그 형제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으면 하느님께서 언젠가 때가 되었을 때 움직이지요.
제1독서는 세상의 통치자들에게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들려 줍니다.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선량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찾아라."(지혜 1,1)
이 세상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들은 사람들에게는 정의를 펼쳐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선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을 찾아야 하지요. 하느님과의 관계와 사람 사이의 관계, 이 둘은 따로 굴러갈 수 없는 바퀴처럼 한 몸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세상의 통치자도 아니고 감히 형제를 꾸짖거나 용서할 위치도 아니라고 방심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 중 누구도, 아무리 약하고 부족하고 가난한 이라도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제외되거나 형제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받은 이는 없으니까요.
"온 세상에 충만한 주님의 영은, 만물을 총괄하는 존재로서 사람이 하는 말을 다 안다."(지혜 1,7)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하느님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님의 영께서 우리의 앞과 뒤, 옆, 위와 아래, 안과 밖을 가득 채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는 온 누리에 충만하신 주님의 영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하느님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아는 이는 사람을 다르게 대할 수 없지요.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람과는 또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살펴 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걸려넘어지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듯 누군가를 일으키고 피어나게 하는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선량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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