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로쏘 대표 인터뷰
대전 대표 빵집에서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튀김소보로 작년까지 누적 8000만개 팔려
여행족 발길 여전…올해 매출 700억 도전
지난 17일 오후 KTX 대전역에서 차로 6분가량 달려 도착한 성심당거리. 대전지하철 중앙로역 1, 2번 출구 인근에서 으능정이네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200m에 이르는 이곳은 빵집 '성심당'이 유명해지면서 탄생한 거리다.
이 일대에는 성심당 본점, 성심당 케익부띠끄(케익 등 제과 판매), 성심당옛맛솜씨(약과, 빙수 등 한국 전통 간식 판매), 성심당문화원, 성심당의 빵 공장, 성심당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 '로쏘'가 운영하는 음식점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대전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관광 명소이자 전국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손꼽히는 성심당 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심당 빵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즐겨 드셨던 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심당 매장 내부는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임영진 로쏘 대표(68)는 "빵이 나오는 대로 재빨리 팔리고, 팔다가 남은 빵은 그날 복지관 등에 기부돼 사실상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성심당은 3대째 이어져 내려온 제빵 명가다. 성심당 창업자이자 임 대표 아버지인 고(故) 임길순 선생에 이어 임 대표 그리고 임 대표의 자녀들도 로쏘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다.
성심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은 198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 대표가 그해 개발해 선보인 '튀김소보로'다.
튀김소보로는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7910만개가 팔렸다. 튀김소보로를 만드는 데 들어간 밀가루만 2056t, 달걀 1186만개, 팥 191억개, 식용유 1977t에 달한다.
임 대표는 "소보로 도너츠로 이름을 지었는데 고객들이 튀김소보로로 부르기 시작해서 튀김소보로로 이름을 바꿨다"며 "팥이 들어간 소보로를 매장에서 기름에 튀겨 팔았는데 처음부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로쏘의 사업군은 성심당을 주축으로 한 제과 사업과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등 5개의 외식 브랜드를 필두로 한 외식 사업 등 2개로 나뉜다.
지난해 로쏘 매출은 628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매출의 10%가량은 외식 사업에서 나왔다. 임 대표는 "성심당 본점의 월 매출은 보통 15억원 수준"이라며 "올해 로쏘 목표 매출은 700억원대"라고 전했다.
성심당 매장은 대전에만 있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본점, 대전 롯데백화점 내 대전점, 대전역점, 대전컨벤션센터(DCC)점 등 총 4개로, 모두 직영점이다.
백화점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수도권 진출을 권유했지만, 임 대표는 대전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임 대표는 "대전에 뿌리를 둔 성심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에 매장을 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다른 지역에 매장을 낼 의향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의향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 진출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심당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임길순 선생과 그의 아내 등 가족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24일 피난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부두를 빠져 나와 거제도에 정착했다.
1956년 터전을 서울로 옮기기 위해 통일호에 몸을 실었다가 기차가 대전역에서 고장이 나면서 임 선생의 운명은 바뀌었다.
오갈 곳 없던 임 선생과 아내, 큰 아들 영진 등 가족은 대전역에서 가까운 대흥동성당을 찾아 그곳 신부에게 사정을 말했다.
안타깝게 여긴 신부가 밀가루 두 포대를 줬다. 임 선생과 그의 아내는 밀가루 포대를 갖고 대전역 앞에서 성심당(聖心堂)이라고 간판을 걸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성심당이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임 대표는 "아버지께서 피난선에 올랐을 때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셨다"며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켜
"가난한 사람, 부자, 고객, 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빵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삶의 즐거움이자 목표입니다."
신수현 기자(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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