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톨 릭 상 식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85. 은총 (「가톨릭교회 교리서」 1996~2005항)

dariaofs 2022. 9. 24. 00:33

생명의 은총인 성체성사는 ‘도움의 은총’이 필요하다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별의 인도 받은 동방박사처럼
생명의 은총 받기 위해서는
성사로 이끌어줄 은총 필요

 

마르칸토니오 프란체스키니의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마지막 영성체’.


프랑스 혁명 당시 어떤 어머니가 세 아들과 함께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허기진 채 며칠 동안 산과 들판을 헤매던 그들은 덤불 속에서 혁명군들에게 발각됩니다.

 

상사가 그들을 본 순간 굶어 죽기 직전임을 알아차리고 측은한 나머지 빵 한 덩어리를 어머니에게 줍니다.

어머니는 굶주린 이리처럼 그 빵을 얼른 받아 세 조각으로 나누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것을 본 상사가 “애들에게만 주고 자신은 안 먹는구나!”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사병이 “아마 배가 안 고픈가 보죠”라고 대답합니다. 상사는 혼잣말처럼 “아니다. 어머니라서 그렇지!”라고 합니다.

어머니라서 자녀에게 주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입혀주고 재워주고 씻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존할 수 있는 ‘양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과는 다르게 양식 안에는 그것을 주는 이의 ‘살과 피’가 섞여 있습니다.

 

자녀의 처지에서 보면 이 양식이 어머니가 자신에게 주는 ‘은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녀는 어머니를 통해 오는 아버지의 은총 없이 그 부모의 온전한 자녀로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은총은 하느님의 자녀 곧 양자가 되고 신성(神性)과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받는 사람이 되라는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도록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호의이며 거저 주시는 도움”(1996)입니다.

 

우리는 이 은총을 ‘성체와 성혈’로 받습니다. 은총의 정수는 성체성사입니다.

 

아기가 엄마의 살과 피가 섞인 양식을 먹어 그분의 자녀임을 믿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통해 그분의 자녀가 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은 ‘성령의 은총’과 같습니다.

 

교리서는 “성령의 은총에는 우리를 의화(義化)하는 힘이 있다”(1987)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우리는 의로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1992)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은총, 곧 성체를 받아 모시기 때문에 우리는 의롭게 됩니다.

 

이는 성모 마리아께서 성령을 통하여 아드님을 잉태하시어 의로움을 입으신 것과 같습니다.

 

성령을 통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잉태하지 않고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체성사를 ‘신화 은총’(神化恩寵, gratia deificans)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성화 은총’(聖化恩寵, gratia santificans)이라고 하는데, 하느님의 거룩함을 입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성체성사는 우리를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한다고 해서 ‘생명의 은총’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생명의 은총을 받기 전에 필요한 은총이 있습니다.

 

이를 ‘도움의 은총’, 혹은 ‘조력 은총’(助力恩寵, gratia actualis)이라 부릅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별의 인도를 받아야 했던 것과 같습니다.

 

이때 그들이 만났던 구유의 아기 예수님은 생명의 은총이고 성화 은총이며 신화 은총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 은총까지 이끌었던 별은 도움의 은총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게 된 것이 생명의 은총이고 그 은총까지 인도한 가브리엘 천사가 도움의 은총입니다.

 

결과적으로 성모님과 동방박사들은 생명의 은총으로 이끄는 또 다른 도움의 은총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은총을 받은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을 성사 생활로 이끄는 도움의 은총입니다.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