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6) 순종하는 신앙인?

dariaofs 2023. 2. 13. 00:29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조건 순종하고 따르는 건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없어

‘건강한 신앙인’ 되는 게 중요
‘신앙인은 의심하면서 믿는 자’
자신의 가치관 갖고 질문해야

 

프란체스코 알바니 ‘그리스도의 세례’(1630~1635년).


■ 주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나오시자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무조건 순종하고 믿으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될 수 있을까요?

신부들은 강론 때 묻습니다. 우리가 주님처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식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미 답을 전제로 묻는 이 물음에 듣는 사람들은 짐 같은 무거움을 느낍니다. 왠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기도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과 내 생각을 다 접고 하느님의 뜻만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부담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부 종교인들이 신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순종하는 신앙인이 되어라 하는 식의 강론을 하기도 합니다.

 

‘순종하는 신앙인’. 제목은 그럴싸한데 과연 그 내용도 그럴까요?


순종적인 삶에 대하여 심리학자나 영성심리학자들이나 다 같이 고개를 젓습니다. 그다지 건강한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동심리학자들은 부모 말에 지나치게 순종하는 아이들은 세상을 이겨낼 힘을 갖질 못한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포드햄(M. FORDHAM)은 아이들의 공격성은 정당성에 근거하며 부모 말에 지나치게 순종하는 아이들은 의존적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창의성은 기존질서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물음을 던지고 의심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창의성이 발달하고 인간적인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착하고 순종적인 아이들은 부모 속을 썩이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없는, 활력이 없는 어른의 삶을 살게 되는데 이것은 종교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지나치게 순종적인 신앙인들은 신앙생활에서 활력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집단 안에서 정신적으로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와 집단은 다릅니다.


공동체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지만 집단은 독단적 비합리적 행동을 정당화하고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며, 더욱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 집단을 이끌면 동조압력이 가해지고 만장일치 환상이 강제적으로 이뤄집니다.

이런 정치적 극단주의 같은 분위기가 종교 안에서도 발생하는데 순종적이고 자아가 약한 개인들은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신앙인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생각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일탈을 하기도 해야 합니다.

 

틀에 박힌 삶은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마저 잊게 만들지만 일탈은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사춘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광기의 시기라고 하는데, 신앙인들 역시 신앙적 사춘기라 할 수 있는 의심하고 묻고 또 묻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유아적 신앙기에서 벗어나서 성숙한 어른의 신앙기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종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신앙인은 의심하면서 믿는 자”라고 하신 말씀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마태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중략)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