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 지나 ‘부활의 봄’ 맞다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예루살렘에서 봄을 알리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2006년 예루살렘 성지 관구로 파견돼 ‘주님 무덤(부활) 성당’ 지킴이로 활동하다 현재 ‘요한 세례자 광야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 중인 김상원 신부(작은형제회)에게서 온 편지다.
김 신부의 글을 통해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은 예루살렘 성지의 모습을 느껴본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올해 2023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아주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2020년 2월 21일, 이스라엘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이곳 이스라엘은 크게 여섯 차례의 코로나와 그 변종 감염 물결이 지나갔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때마다 화이자 백신으로 급한 불을 끄고, 완전 봉쇄를 매번 두 달 이상씩 시행하였습니다.
2020년 3월 26일에는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의하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주님 무덤 성당도 폐쇄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들이 백신의 성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때, 발 빠르게 화이자 백신을 전 국민과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접종을 시작했고
이후 2020년 5월 27일, 우리 그리스도교 성지들은 정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성지들을 다시 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신자만이 전례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월 6일부터 이스라엘은 입국 제한을 해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그린패스 규칙은 남아 있었지만, 이때부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순례객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2022년 2월 17일 성지관구 봉사자는 각 성지의 원장들과 수호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순례자들과 방문자들에게 성지를 열고 환대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곳 성지 이스라엘은 작년부터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한동안은 코로나 시기 직장을 떠난 직원들이 바로 충원되지 못해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성지 쪽에도 그랬고, 입출국의 관문인 텔아비브 벤 구리온 공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를 전후해서 한 가지 좋아진 것이 있다면, 벤 구리온 공항의 입출국이 이젠 여느 나라 입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이스라엘 입출국 과정에서 엄격하고 강압적인 보안 검색이 악명 높을 정도로 불쾌하고 화나게 했었는데 지금은 간단한 보안 질문만 남아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부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모태인 예루살렘은 지금 축제의 도가니 속에 있습니다.
비록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성전산을 배경으로 시작된 가자의 하마스와 요르단 헤즈볼라의 공격 등)이 들려오고 있지만 삶이 신앙이고, 신앙이 삶 자체인 이곳의 축제 열기는 뜨겁고 감동적입니다.
유다인들은 올해 4월 5일 과월절 이브(Passover Eve, Pesach)를 시작해 12일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축제를 지냅니다.
반면 무슬림들은 3월 22일 시작해 4월 21일 금요일에 끝나는 가장 거룩한 달인 ‘라마단’ 축제를 지냅니다.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마단 기간 낮에는 침마저 삼키지 않는 단식을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만찬과 축제를 지내는 기간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교회인 예루살렘의 주님 무덤 성당에서,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교회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 따라 거룩하게 기념하였습니다.
제가 2006년부터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데, 이번 성주간 전례는 가장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참여한 해였습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의 예수님 장례 행렬, 그리고 현지의 사정상 성토요일 아침 7시 30분에 거행하는 파스카 성야 미사는 죽음에서 부활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넘어가는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살이에서의 해방이 아닌, 예수님께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부활하셨듯이 이제는 풍토병이 되어버린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시기입니다.
‘봄’의 어원은 ‘보다’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이 계절의 자연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찬란함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성지, 예루살렘에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김상원 테오필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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