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신앙적 내용이 우선… 자연 현상은 과학 의견 받아들여야”
성경 저자와 독자의 한계 고려해
문자적 해석은 위험하다고 경고
신앙과 구원 내용 우선할 것 강조
「크리스티나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성 아우구스티노를 인용한 중요한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하늘의 모양과 배치에 관해서는 성경에 따라서 믿어야 한다고 요구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말을 하지만, 훨씬 깊은 지혜를 갖춘 성경의 저자들은 이 문제를 생략한다.
이 글에서 갈릴레오가 활용한 아우구스티노의 첫 번째 주장은 - 흔히 ‘적응의 원리’(the principle of accommodation)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 성경에서 사용된 언어는 예상되는 독자들의 수용 능력에 맞게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성경은 하느님의 계시가 처음 주어진 비교적 덜 교육받은 사람들의 제한적인 지적 수준에 맞게 평이한 언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마르틴 루터가 언급했었던) 여호수아 10장 12~13절의 경우는, 그 책의 독자들이 지구는 제자리에 있고 태양이 그 주위를 돈다고 당시에 믿었었기 때문에 성경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당시 말로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갈릴레오는 태양의 운동을 언급하는 모든 성경 구절들은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계시를 받아들이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던 사실들에 맞춰 적응의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오가 활용한 또 하나의 주장은 - 흔히 ‘한계의 원리’(the principle of limitation)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 성경은 신앙과 도덕, 구원과 관련된 문제들에서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자연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만일 자연과학적 지식과 관련된 문제들에서 성경 내용이 현존하는 최신 과학의 내용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성경 내용보다는 과학의 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갈릴레오의 입장 표명은 ‘누가 성경을 해석할 자격이 있는가’하는 당시의 심각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프로테스탄트 측의 주장에 대해 가톨릭은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 제4회기(1546)의 「성경들과 전승들의 수용에 관한 교령」에서 성경 해석의 자격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언함으로써 맞대응했었습니다.
“그밖에도 경솔한 자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는 바이다.
이러한 교회의 역사적 배경 안에서, 갈릴레오는 ‘무엄하게도’ 성경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실제로 재해석할 권한이 일개 평신도에 불과한 그 자신에게도 있다는 생각을 「크리스티나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암시한 것으로 비쳤습니다.
그래서 결국 갈릴레오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1615년 말에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가게 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교회,문화,과학,군복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6) 숲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0) | 2023.05.05 |
---|---|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6)구상 요한 세례자 (하) (0) | 2023.05.03 |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5) 숲이 주는 공익 기능 (0) | 2023.04.28 |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5) 구상 요한 세례자 (상) (0) | 2023.04.25 |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4) 진달래꽃 (0)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