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기보다 스스로를 바라봐야
복음의 ‘성하지 못한 눈’ 의미는
멋대로 하는 평가에 대한 경고
■ 성경에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라는 말씀이 나오는데, 눈이 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속상한 말씀일 것 같습니다. 이 말씀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라는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여러 가지 가설들을 말할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율법주의입니다.
율법주의란 무엇인가? 율법에 매여서 융통성을 부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율법주의자들은 그야말로 비난 받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하늘 아래 부끄럼 한 점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왜 이 사람들과 자주 충돌하신 것일까요? 심지어 이들을 두고서 눈이 성하지 못하여 마음이 어두움으로 찬 사람들이라고까지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율법이란 무엇인가? 사람 마음 안의 악한 자아를 통제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 율법입니다. 내 안의 사악한 자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길로 가도록 끊임없이 유혹하는데 율법은 이런 사악한 자아에게 경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율법주의자들은 율법의 본래 목적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죄를 짓지 않고 사는 특별한 존재라는 선민의식을 갖고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자격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조건도 자신들이 세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뀝니다. 위험천만한 생각이지요.
이런 생각을 ‘종교론적 우생학’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다윈의 진화론에서 마치 돌연변이가 생기듯이 우생학이란 것이 생겼습니다.
생명체들을 품종 개량하듯이 사람도 품종개량을 해서 우월한 존재들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이 종교 안에 스며 들어와서 종교적 우생학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사실상 우생학이 생기기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역사 안에 존재해왔습니다. 사실 사람을 차별하는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인데 이런 것들 중에서도 아주 질이 나쁜 것이 종교적 우생학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복음적인 척 하지만 내면으로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자격이 스스로 충분하다 여겨서 사람들의 인생살이에 사사건건 개입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스승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세상을 구할 사람이라고 하는 ‘메시아 콤플렉스’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 열등감이 심한 사람들은 이들의 먹잇감이 되곤 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경고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 눈의 티끌보다 자기 눈의 들보를 보라고 주의를 주십니다.
스스로 빛이라 하는 자들은 마음이 어두운 자들입니다. 이런 율법주의자들은 멀리하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 마태 6,22-23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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