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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2) 레위기·민수기·신명기

dariaofs 2023. 7. 29. 00:34

이스라엘 백성이여, 목숨을 다해 주님을 섬겨라

 

모세 오경의 레위기는 경신례 안에서의 이스라엘의 응답을, 민수기는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어려운 관계를, 신명기는 계약의 재확인을 전해준다. 필리프 드 샹파뉴, ‘십계명과 모세’, 1648, 유화, 밀워키아트뮤지움, 미국.



구약 성경 앞부분 다섯 개의 두루마리인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 오경’(五經, Pentateuchos)이라 합니다.

 

구약 성경의 근간이 되는 책이지요. 이 책들을 히브리말로 ‘토라’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율법’으로 번역됩니다. 하지만 토라는 ‘법’이라는 의미보다 ‘가르침’이라는 의미가 훨씬 많이 내포돼 있습니다.

모세 오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세 개의 율법 법전이 소개됩니다. 첫째는 탈출기의 ‘계약법전’(탈출 20,22─23,33)입니다.

 

계약법전은 하느님께서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둘째는 레위기의 ‘성결법전’(레위 17─26장)입니다.

 

성결은 거룩함에 중점을 둡니다. 성결법은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는 말로 요약됩니다.

 

셋째는 신명기의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입니다. 신명기 법전은 한 분이신 하느님께 충실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일러줍니다.

 

신명기 법전은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5)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세 오경은 다섯 두루마리로 나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하나의 전체로 제시됩니다. 창세기 마지막 부분에서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내려간다는 보도는 탈출기가 전하는 이스라엘의 이집트 체류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탈출기는 창세기 46장의 족보를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레위기는 탈출기 20장에서 시작해 민수기에서 그 완성을 보게 될 시나이 율법 계시를 이어줍니다.

 

민수기 11─25장 광야 체류 이야기들은 율법 선포(탈출 19장─민수 10장)로 중단된 탈출기 16─18장의 이야기 흐름을 되풀이합니다.

 

신명기는 민수기 마지막 장에서 백성이 도착한 모압 평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번 호에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레위기는 첫 장 첫머리에 “주님께서 부르셨다”해 히브리말로 ‘와이크라’, 헬라어로 ‘레위티콘’(Λευτικν), 라틴어로 ‘레비티쿠스’(Leviticus)라고 합니다.

 

민수기는 “광야에”로 시작해 히브리말로 ‘버미드바르’, 헬라어로 ‘아리트모이’(Αριθμοι), 라틴어로 ‘누메리’(Numeri)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명기는 “말씀은 이러하다”로 시작해 히브리어로 ‘엘레 하드바림’, 헬라어로 ‘데우테로노미온(Δευτερονμιον), 라틴어로 ‘데우테로노미움’(Deuteronomium)이라고 불립니다.

이들 세 책들은 창세기와 탈출기에 이어 모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로부터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의 책(계약법전, 탈출 24,7 참조)이 선포되면서 시작한 하느님께 대한 경신례 규정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신 분이시니 거룩한 예절로 섬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레위기는 사제 직분과 조직, 전례에 관한 규정들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이스라엘 백성의 불충실과 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종교ㆍ윤리ㆍ전례 문제에 있어 실천해야 할 규정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제사에 대해(1─7장), 사제 임직 의식에 대해(8─10장), 정결과 부정에 관한 법(11─16장), 성결법(17─26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민수기는 시나이 산에서 약속의 땅 접경인 모압 평원으로 옮겨 갈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체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민수기에 나오는 이스라엘은 이미 탈출기에 나오는 이스라엘과 다릅니다.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어 온전히 하느님께 속하게 된 백성입니다. 그래서 민수기에서의 불평은 단순히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는 울부짖음이 아니라 하느님을 불신하는 표지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도 탈출기에서와 달리 불평에 대해 처벌하십니다.(민수 13─14장 참조)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요르단 강을 건너 약속된 땅을 차지하기 직전 모압 평원에서 행해진 모세의 설교를 기록한 책입니다. 신명기의 핵심 내용은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입니다.(신명 6,4-5) 신명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12─26장의 ‘신명기 법전’입니다.

 

신명기 법전은 하느님께 드리는 경배는 예루살렘에서만 드려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 우상 숭배를 금합니다. 그리고 정결례와 십일조, 축제일 등에 관한 규정을 제시하고 고아와 과부, 이방인을 보호하라고 명합니다.

 

그리고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저주가 내려진다고 합니다. 신명기는 율법은 인간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에 대해 인간이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모세 오경의 레위기는 경신례 안에서의 이스라엘의 응답을, 민수기는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어려운 관계를, 신명기는 계약의 재확인을 전합니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