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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0) 창세기

dariaofs 2023. 7. 15. 00:17

하느님의 약속과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다

 

창세기는 천지 창조부터 성조들의 역사가 끝나기까지 인간의 구원을 갈망하시는 하느님과 인간이 펼치는 드라마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미켈란젤로, ‘아담의 창조’, 1508~1512, 프레스코,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지금까지 가톨릭 성경에 드러난 구세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가톨릭 신ㆍ구약 성경 각 권의 주요 내용과 구조, 문학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책이나 문서의 시작 말 첫 단어를 그 책과 문서의 이름으로 하는 방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된 관습입니다. 창세기의 첫 낱말인 “한처음에”는 히브리어로 ‘브레쉬트’입니다.

 

「70인 역본」에는 이를 헬라어로 ‘게네시스’(Γενεσιs)라 번역했습니다. 창세기는 세상(우주)과 인류의 생성에 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어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는 ‘Liber Genesis’(생성의 책)라 했고, 한국 교회는 ‘창세기’(創世記)라 옮겼습니다.

창세기 구조

창세기 구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1─11장)는 원역사(元歷史)로 세상과 인간 창조, 죄의 시작과 인류의 타락, 홍수, 민족들의 분열, 하느님께서 인간을 용서하시고 구원을 약속하심을 다룹니다.

 

후반부(12─50장)는 성조사(聖祖史)로 아브라함(12─25장), 이사악과 야곱(25─36장), 요셉(37─50장)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축복 약속(후손과 땅을 주겠다, 항상 함께 계시겠다)과 구원의 역사를 다룹니다.

 

이처럼 창세기는 천지 창조부터 성조들의 역사가 끝나기까지 인간의 구원을 갈망하시는 하느님과 인간이 펼치는 드라마를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아울러 창세기는 하느님의 약속과 구원을 위한 서막입니다. 창세기는 모세오경을 거쳐 여호수아기에 이르러 약속의 땅에 정착할 때까지 진행되는 대장정의 출발점이며, 신약 성경까지 연장되는 구원 역사의 시작입니다.(박요한 영식, 성서와함께 총서 구약 6 「창세기 1」, 15쪽 참조)

하느님

창세기에는 하느님의 고유한 이름(고유 명사)인 ‘야훼’와 일반 명칭(보통 명사)인 ‘엘로힘’이 등장합니다. 창세 1,1─2,4a의 창조 이야기에는 시종일관 ‘엘로힘’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창세 2,4b─3,24의 낙원 이야기에는 ‘야훼 엘로힘’을 표기합니다. 또 창세기 4장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는 ‘야훼’가 등장하고, 창세기 5장 족보에는 1절에서 ‘엘로힘’으로 시작한 다음 29절에선 ‘야훼’로 바뀝니다.

야훼는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직접 알려주신 당신 이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흠숭할 이름을 감히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어서 히브리어 모음만으로 ‘아도나이’라고 불렀습니다.

 

야훼는 우리말로 “나는 있는 나다”(Ego sum qui sum, 탈출 3,13-15)라는 뜻입니다. 창세기는 야훼 하느님께서는 살아계시며 활동하시고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 역사에 깊이 개입하시어 주관하시는 능력의 하느님이라고 밝힙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심으로써,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러할, 변함없고 영원한 당신의 성실함도 동시에 알려 주신다.

 

당신의 이름을 “나다”라고 알려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구원을 위하여 그들 곁에 늘 계시는 하느님이심을 알려 주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07)

인간

창세기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됐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제외한 우주 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인간만은 직접 ‘빚으시고’, 당신 ‘숨을 불어넣으시어’ 생명체가 되게 하셨습니다.(창세 2,5-7 참조)

 

하느님의 숨은 ‘생명의 숨’입니다. 이 생명의 숨은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근본으로 구별 짓습니다. 하느님의 숨을 받아들여 생명을 얻은 인간은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다른 모든 피조물과 조화롭게 살고 책임을 지는 신분이 됩니다.

원죄

창세기 2─3장은 원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원래 독립된 이야기로 작성됐으나, 나중에 모세 오경 전체를 편집할 때 창세기의 이 부분에 들어오게 됐다고 성경학자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동산에 데려다 놓으시고 모든 열매를 따 먹을 수 있게 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열매만은 절대로 따 먹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리십니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경고까지 하십니다. 이는 창조주께 속해 있는 인간은 창조 질서와 자유의 사용을 규제하는 윤리적 규범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유 의지’로 그 열매를 따 먹습니다. 인간 스스로 하느님께 불순종해 하느님께서 세우신 질서를 파괴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인간의 죄와 죽음이 비롯됩니다.

창세기에서 원죄란 아담과 하와가 지은 첫 죄를 가리키며, 이 죄로 인해 인간은 하느님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유혹자에게 굴복함으로써 지은 죄는 ‘개인의 죄’이지만, 그 죄가 타락한 상태로 전달될 ‘인간 본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류는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아담의 죄와 연관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로마 5,19)

“이 죄는 인간 번식을 통해, 곧 원초적인 거룩함과 의로움을 상실한 인간 본성의 전달을 통해 모든 인류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원죄를 유비적으로 ‘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죄는 ‘범한’ 죄가 아니라 ‘짊어진 죄’이며 ‘행위’가 아니라 ‘상태’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04)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