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머리에 손을 대고 신자들 위해 기도할 때
타인이 머리 만지면 불쾌하지만
안수 때는 누구나 고개 숙여
‘마음의 아버지’로 사제를 인정
■ 성경에 예수님이 손을 대시어 많은 병자를 고쳐주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말씀만으로도 고치실 수 있을 텐데 손을 대고 고쳐주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신부님 안수 좀 해주세요.”
성당 마당에 서있으면 가끔 신자분들이 안수를 청합니다.
“저는 안수하는 신부가 아니에요”라고 하면 “주님께서 베드로의 장모에게 안수해주셔서 병을 낫게 하셨으니 신부님도 그러셔야지요”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마태오복음 8장에 나오는 치유기사. 이 부분을 처음 봤을 때 놀랐습니다.
‘아니, 베드로 사도의 장모라니. 그럼 아내와 자식들도 있단 말인가’하고 말입니다. 초대 교황이신 베드로 사도가 유부남이란 사실에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베드로 사도의 장모가 열병으로 앓아 누운 것에 대해 영성심리에서는 그냥 병이 아니라 홧병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돈을 벌어와야 할 사위가 웬 이상한 자의 뒤를 따라다닌다니, 그만 열 받아서 누운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베드로의 장모에게 다가가시어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십니다. 베드로 사도 장모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먹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신체 접촉으로 해소가 된다고 합니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거나 안아주거나 하면 그동안 쌓여온 감정들이 일시에 해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체 접촉 중 압권인 것이 안수입니다.
그래서 처음 간 본당에서 본당 신부가 교우분들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안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안수로 병을 고치거나 기적을 일으키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수기도를 해주면 사제와 신자 간에 깊은 정이 생깁니다. 다른 것보다 안수가 효과가 더 큰 것은 머리에 기도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이 자기 머리를 만지는 것에 불쾌감을 느낍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런데 사제가 안수를 해준다고 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청합니다.
사제를 마음의 아버지로 받아들일 때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본당 신부들이 신자분들에게 사랑받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안수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신자분들이 모여서 본당 신부님 자랑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신부님은 강론을 너무 잘하셔.”
“우리 신부님은 술자리마다 다 참석하셔.”
“우리 신부님은 신자들 이름을 다 기억하셔.”
그런데 한 자매만 조용히 있어서 “자매님 본당 신부님은 무얼 잘하세요?”하고 묻자, “우리 신부님은 잘하시는 게 없는데, 매일 신자들 안수를 해주세요”라고 하자 모두 부러워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신자분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이 감소됐다고 걱정들합니다. 이런 걱정을 불식시킬 가장 좋은 방법이 안수가 아닌가 합니다.
■ 마태 8,14-17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집으로 가셨을 때, 그의 장모가 열병으로 드러누워 있는 것을 보셨다. 예수님께서 당신 손을 그 부인의 손에 대시니 열이 가셨다. 그래서 부인은 일어나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마귀 들린 이들을 예수님께 많이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악령들을 쫓아내시고, 앓는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그는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졌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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