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허세’로 이중적인 삶 사는 위태로운 사람들
‘보여주기’ 목표로 사는 사람을
주님은 냉담한 태도로 대해
‘치장’ 위해 종교인 삶 택하기도
■ 예수님께서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하는 이들에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죽은 이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하신 말씀에 내가 그렇게 따를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납니다. 예수님은 어떤 의미로 이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오려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자상함을 보이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 복음에서는 이들에게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냉담한 태도를 보이십니다.
어디든지 따라갈 것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날 따라오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시고,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기라는 냉소적이고 섬뜩하기조차 한 말씀을 하십니다.
왜 그러신 것일까? 이들이 당신을 따르겠다고 하는 것이 겉꾸밈에서 나온 것임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명 해파리 콤플렉스라고 부릅니다. 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진심으로 제자로서의 삶을 살 의지가 없기에 차갑게 대하신 것입니다.
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수행하는 삶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고통스런 삶의 현장에는 가지 않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자리에만 있고 싶어합니다. 청소할 때는 얼굴도 안보이다가 사진 찍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 이들의 특징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것이 이들의 특징입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낭만적으로 보고 싶어합니다. 신학교나 수도원을 둘러보면서 “이런 곳에서 살고 싶어요” 하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살아보라고 하면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유럽의 성들을 돌아보면서 성의 아름다움에 큰 찬사를 보내지만 그 성을 짓기 위해서 피땀을 흘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들.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옆에서 구걸하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 한마디로 자기 멋에 겨워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종교인의 삶조차 자기 치장을 위한 삶으로 변질시킵니다.
겉치장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영적 허세’라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는데, 이들은 십자가를 장식하기 바쁜 사람들입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훈련은 하지 않고 자기 외모에만 신경쓰는 것처럼, 수행을 하지 않고 수행하는 척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관심만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겉멋이 들린 이런 사람들은 수도공동체에 들어오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규칙에 대해, 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공동체에 분열을 조장합니다.
자신이 마치 개혁가인양 말하고 행동하지만 내심은 수도자로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해서 트집을 잡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이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신 것입니다.
■ 마태 8,18-22
예수님께서는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그때에 한 율법 학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하고 말씀하셨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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