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덮쳐오는 순간엔 “살려주세요” 외쳐도 됩니다
“겁내지 마라” 꾸짖으신 건
교회 이끌 지도자 향한 충고
신자들에겐 다른 해법이 필요
■ 성경에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셨는데, 정작 겁이 나서 주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하기 일쑤입니다. 겁이 나지 않도록 믿음을 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오래전 갈릴래아 호수에서 배를 탄 적이 있습니다. 이름은 호수이지만 엄청나게 큰 호수,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갈릴래아 호수를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유람선을 탔는데 마침 엄청나게 바람이 불고 비가 왔습니다. 배는 흔들리고 사람들은 기둥을 붙잡고 생난리도 아니었지요. 그때 바로 이 복음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갈릴래아 호수에서 평생을 살아온 베드로 사도가 주님께 살려달라고 할 정도였으면 풍랑이 엄청났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베드로 사도를 비웃기도 합니다. 어부 출신에 주님도 계시는데 웬 엄살을 부렸는가 하고 말입니다. 주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질책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신 것이 이런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이 부분은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질책을 하신 것은 배에 탄 사람들이 주님의 교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이었기에,
주님을 대신해 공동체를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급의 제자들이 그에 합당한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기에 뼈아픈 충고를 하신 것입니다.
이 부분 말고도 복음에 나오는 감당하기 어려운 말씀들은 거의 다 지도자급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기의 순간에 베드로 사도처럼 소리쳐야 합니다. “주님, 살려주십시오. 우리가 죽게 됐습니다”하고 말입니다.
이것을 ‘약한 자의 기도’라고 합니다. 간혹 일부 종교인들이 이 부분을 들어서 믿음에 대해 지나친 강조를 하곤 하는데 그런 소리들은 성경의 배경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신앙생활에도 적용됩니다.
운동선수들이 체급이 다르고 수준이 다르듯이 신앙생활도 그러하기에 초보자들은 초보자답게 사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지도자급의 제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다른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구원 불안증, 종교적 우울증 등의 신경증적 질환을 앓고 있으며 심지어 정신병적인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믿음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믿음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경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믿음이 사람 잡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고, 특히 사이비종교인일수록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기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 마태 8,23-27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도 그분을 따랐다. 그때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그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말하였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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