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부대 군인이자 사제로서 현지인·장병 돕기에 자부심 뿜뿜
최근 세례성사 거행
“주일 미사만이 아니라 평일 새벽 미사도 지속해 봉헌하고 있습니다. 미사 중 모든 동명부대원, 그리고 조국의 군 가족들이 무탈하고 평안하도록 신자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예비신자 교리반을 약 2개월 동안 운영해 최근 세례성사도 거행했습니다.”
윤원석 신부는 ‘사제로서 동명부대에서 펼친 특별한 사목활동’을 묻는 질문에 “머나먼 타국에서 신앙을 고백하고, 최근 새롭게 하느님 자녀로 태어난 새 신자들을 보며 신부로서 어느 때보다 기쁘고 보람찼으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일한 군종 장교
윤 신부는 현재 동명부대 소속 유일한 군종장교이자, 부대장을 보좌하는 참모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다.
“평소에는 ‘병영생활 기본권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병지에서 장병들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어려움에 귀 기울여 듣고, 우리 부대원들이 장애물들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게 힘을 주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각 사무실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부대의 에너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큰 작전이나 훈련이 있을 시 부대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투입 전 안전기도회를 실시하고, 매달 국기 게양식에서도 부대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파병 훈련 동안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 강화 프로그램(명상법, 감사 일기, 강점 파악 등)을 1박 2일간 실시하며 파병 간 스트레스 관리법을 교육한 것도 군종병과의 역할이었다.
군종장교의 특성상 개신교와 불교 등 다른 신앙을 갖고 있는 부대원을 챙기는 것도 그의 임무다.
“현재 동명부대에는 군종장교가 신부인 저 혼자입니다. 그렇기에 개신교와 불교의 각종 행사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정성을 다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종파를 넘어 부대원들이 종교 활동으로 힘을 얻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이곳에서의 제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9월 28일 추석을 맞아 합동 차례를 지내고, 10월 8일 군인 주일을 맞아 특별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비록 가족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 부대원들과 합동 차례를 하면서 선조들을 기억하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연휴 간 부대 단결 활동으로 체육대회와 일종의 장기자랑 시간인 ‘동명인의 밤’ 행사도 했습니다.
군인 주일에는 또 다른 곳에서 임무 수행 중인 전우들과 군 선교를 후원해주시는 신자분들을 위해 기도할 계획입니다. 미사 후에는 맛있는 간식도 함께 나누고요.”
동명부대는 현지인들의 친구
동명부대는 의료지원, 태권도교실, 재봉교실, 언어교환활동 등 정기적인 민군작전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의 숙원도 해결해주고, ‘교육이 곧 미래다’란 뜻을 실천하고자 학교 지원도 꾸준히 하고 있다.
레바논군이나 각종 기관에도 물자를 공여하는 인도적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현지인들은 동명부대원들을 친구처럼 여기고 있다.
“간혹 UN군 작전 중 현지인들이 비우호적인 행동을 표출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군부대가 지역민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비우호적인 행위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역 주민들은 우리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부르며 친한 이웃으로 여깁니다. 이곳 현지에서는 매주 ‘마켓웍스 작전’을 합니다. 부대원들이 작전지역 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물건도 사고 지역민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활동입니다.
주민들은 항상 우리 부대원들을 향해 미소 짓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동명부대 작전지역에서는 비우호적 행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민군작전이 성공적인 감시ㆍ정찰 작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겁니다.”
윤 신부는 “대한민국 군인으로, 또 사제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레바논에 주둔하고 UN 소속의 타국군과 함께 훈련하거나 교류행사 등을 할 때도 자긍심을 가집니다.
특히 언어 장벽, 인종, 국경을 넘어 UN군의 일원으로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생깁니다.”
기도와 응원의 힘
마지막으로 윤 신부는 평화를 기원하며 국민들에게는 많은 응원을, 신자들에게는 기도를 부탁했다.
“지난 5월 국제평화지원단에서 환송식이 열렸을 때가 생각납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가족분들을 초청한 행사였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께서 부대를 직접 방문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동명부대가 UN군 소속으로 이곳에 주둔하는 이유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함입니다.
동명 28진 모두가 임무를 완수하고 조국으로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군종장교로서 또 신부로서 성실히 사랑하면서 지내겠습니다. 신자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동명부대
동명부대는 대한민국 UN PKO(평화유지군) 최장기 파병부대이자, 현재 파병부대 중 유일한 전투부대다. ‘동쪽에서 온 밝은 빛’이란 의미의 동명부대는 2007년 6월 21일 창설됐다.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레바논 평화 유지단(RoK Joint Support Group for the Lebanon)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의 특전요원을 중심으로 공병, 의무, 군종, 법무 등 300여 명이 파병돼 있다.
2007년 1진 파병을 시작으로, 현재 지난 5월 파병된 28진이 주둔 중이다.
1976년 일어난 레바논 내전으로 그리스도교, 이슬람 민병대, 레바논군, 시리아군과 이스라엘군이 접전을 벌이자 이를 막기 위해 1978년 3월 유엔은 안보리 결의로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을 창설했다.
사령부는 작전지역을 동서로 나눠 각각 동부여단(스페인 육군 준장)과 서부여단(이탈리아 육군 준장)이 담당하고 있다.
이스라엘 접경지역 ‘블루라인(Blue Line)’은 이탈리아대대, 아일랜드/핀란드대대, 가나대대가 담당하고 있으며, 작전지역 후방은 동명부대, 말레이시아대대가 맡고 있다. 동명부대는 티르 지역 일대를 담당하고 있다.
임무는 레바논 남부지역으로 유입되는 불법무기와 무장세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또 매달 레바논군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기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이는 언젠가 레바논군이 독립적으로 조국을 지키게 됐을 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우호적인 작전환경 조성을 위한 민군작전, 개인 및 부대방호태세 유지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상도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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