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기쁨과 환희를 자녀에게
청년들에게 유아 세례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면 종종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저는 유아 세례 안 받게 하고, 아기가 커서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도록 할 거예요. 아기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언뜻 합리적인 말로 들린다. 실제로 유아 세례를 받게 하고 주일학교에 보내서 신앙교육을 받게 했는데, 막상 자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왜 나의 의견도 묻지 않고 나를 신자로 만드셨나요?”
특히 ‘자유’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은 이전 세대와는 크게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유아 세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니면 자녀가 성인이 될 때를 기다렸다가 스스로 신앙을 선택하도록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한 강론에서 이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기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그 아기에게 세상에 오고 싶은지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성탄」, 바오로딸, 2010, 128쪽)
물론 자유는 중요하고 고귀한 가치이지만, 인간의 자유에 대한 환상은 버릴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다. 우리 중 누구도 자기 의사로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없다.
나의 가정, 부모, 이름, 성별, 기질, 성장 배경 등…. 모두는 태어나면서 타고난 조건이지 나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서양의 근대 정신이 꿈꿨던 것처럼 인간은 그렇게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연약한 아기로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돌봄과 교육을 필요로 한다.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시련과 고통은 끊이지 않으며 죄와 악의 유혹이 늘 주변에 도사린다.
유아 세례는 아기가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 보호를 받아 영혼과 육신이 건강히 성장하기를 바라며, 교회와 부모가 아기를 그렇게 키우고 돌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앞에 놓인 아기에게 그저 생물적 삶만 보장해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아기에게 삶의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를 제시해야 합니다. … 세례는 바로 그 의미에 대한 답을 줍니다.”(「성탄」 129쪽)
유아 세례와 함께 시작되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은, 아기가 죄악과 폭력, 역경과 시련 등으로 점철된 세상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기는 거기서 신앙이 주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체득할 것이며, 어느 순간 부모의(교회의) 신앙을 자신의 것으로 하게 될 것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 스스로 자기 삶을 영위하기 위해 긴 시간의 양육을 통해 삶이라는 여정에 입문해야 하는 것처럼, 신앙을 자기 것으로 살기 위해서는 신앙이라는 삶의 여정에 입문해야 한다.
실제로 신앙의 삶을 살아보면서, 삶의 역경과 어려움이나 기쁨과 환희를 신앙을 통해 관통하면서, 신앙이라는 여정 앞에서 자유로이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성당에 나가기 싫어하고 부모에게 신앙에 대해 불만을 터트릴 때,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은 자녀가 신앙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춘기가 찾아올 때, 그것이 열병과도 같이 왔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아는 부모와 자녀는 서로 인내하며 그 시기가 지나기를 기다린다. 열병이 지나면 자녀는 다시금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조금 더 성숙한 상태로 말이다. 신앙도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 안에서 자녀가 신앙의 삶에 입문하도록 가까이서 동반하는 것이다. 신앙이 주는 삶의 기쁨과 환희를 함께 전해주면서 말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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