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과 지뢰가 생존 위협… 미얀마에 아기 예수님 언제 오시나요
먹을 것 없어 배고픈 10대 아이들
추수 뒤 남은 콩이라도 주우려
지뢰 묻힌 콩밭에 들어가는 상황
‘착한 사마리아인’ 관심과 도움 절실
미얀마 군부가 2021년 2월 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군부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탄압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미얀마를 잊고 있지만, 미얀마의 고통은 오히려 쿠데타 발발 초기보다 커지고 있다.
자선 주일을 맞아 고통받는 미얀마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사단법인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의 활동을 조명한다.
■ ‘다시 일어나 미얀마’ 캠페인 참여 호소
한국희망재단은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역에 위치한 카렌주를 중심으로 미얀마 실향민 공동체 회복 캠페인 ‘다시 일어나 미얀마’를 진행 중에 있다.
한국희망재단은 미얀마 쿠데타 발발 직후부터 가장 발 빠르게 처음 1년 동안 10차에 걸쳐 약 3억 원의 긴급구호금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식량과 의료, 교육 등 다방면에서 미얀마를 숨 가쁘게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자선 주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으며 미얀마 현지인 의료인력 양성과 장애인 재활, 심리 치료 등 ‘다시 일어나 미얀마’ 캠페인 활성화에 보다 박차를 가하며 후원자들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사태를 하루하루 바라보는 한국희망재단에는 힘겨움이 전해진다. 군사 쿠데타 초창기에는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와 교회 안팎의 후원이 이어지더니 해가 두 번 바뀌면서 미얀마는 신자와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국희망재단은 미얀마 사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재건과 복구’에 초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며 고향을 떠나 밀림에 실향민캠프를 만든 시민들은 당장 하루 세 끼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극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 군부에 의한 사망자가 4203명, 구금당한 시민이 1만9715명(출소 5753명), 난민은 197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올해 11월 28일 현재)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미얀마 군부는 탄압을 피해 태국 국경지역 카렌주에서 생활하는 실향민들도 시민저항군의 일부나 협조자로 여겨 공격을 가하고 있다.
군부는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예측할 수 없는 공중 폭격과 지상공격을 하고, 외부와의 접촉도 통제하고 있다.
또한 피난민 캠프 주변에 지뢰까지 매설하며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기에는 전투행위가 잠시 중단됐지만, 곧 시작되는 건기에는 재개될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렌주 실향민캠프에는 잠시 평화가 이어지다가도 불시에 쿠데타군의 공격이 닥친다. 이를 어떻게든 피하려 실향민캠프는 기존 캠프를 작게 쪼개 분산시키고 있다.
■ 추수 지난 콩밭에서 콩 줍는 아이들
한국희망재단이 협력하고 있는 현지 시민단체 YPD(Young People for Development) 소속 활동가 끼위(가명)씨는 12월 7일 한국희망재단 국제협력팀 박재출(레오) 아시아팀장, 황명숙(로사) 나눔기획팀장에게 화상으로 미얀마 현지의 생생한 고통을 전해 주었다.
끼위씨는 카렌주 실향민캠프에서 약국이자 병원, 연락사무소 기능을 겸하는 목조 건물 벽에 ‘Merry X-mas’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 놓고 서울 서교동의 박재출 팀장 등을 만났다.
영국 식민 통치 영향으로 그리스도교 문화를 접한 미얀마에서 실향민들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성탄의 기쁨을 나누려 했다. 그 모습에 슬픔과 애환, 희망이 공존하고 있었다.
끼위씨는 미얀마 실향민캠프 생활상을 담은 사진들을 영상으로 보내며 한 장 한 장 설명을 이어갔다. 실향민캠프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마치는 13세 정도가 되면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져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있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쌀’을 비롯한 식량이다. 10대 초반 아이들은 추수가 끝난 콩밭에서 떨어진 콩을 주워 한 끼 식사를 겨우 해결하고 있었다.
콩밭에서 지뢰가 발견되기도 해, 한국희망재단은 현지 활동가와 협력해 실향민캠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뢰 안전 교육도 실시했다.
안정된 일거리를 갖는 것은 어른들도 아예 불가능하다. 운 좋게 옥수수밭 등에서 하루 일을 하면 2달러(약 2600원)를 겨우 받는다.
미얀마 내부에서도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소수 시민들이 피난민 캠프를 비밀리에 찾아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피난민 캠프에서도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다. 아기들은 안전한 곳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보호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을 피할 수는 없다.
끼위씨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잠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지만 “한국교회가 미얀마에 그동안 보내 주신 후원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미얀마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 한국희망재단 박재출 아시아팀장
“당장 먹을 것도 없는 현실… 인권 유린도 심각”
한국희망재단 박재출(레오) 아시아팀장은 현재 미얀마 상황을 말하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직장과 고향을 떠나 실향민캠프에 사는 분들을 일상으로 회복시켜야 하는데, 아직도 실향민캠프에 폭탄이 떨어집니다.
실향민캠프에 사는 주민들만 생존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인력은 많고 일자리는 부족하다.
“고용주들은 이런 사정을 이용해서 노동권과 인권을 무시하고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박 팀장은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미얀마 내부 고통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이 전쟁들이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다 보니, 미얀마 사태에는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후원 및 문의: 국민은행 855401-04-008784 (사)한국희망재단, 02-365-4673
박지순 기자(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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