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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영성으로>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4) 샬롬의 생태학 (1)

dariaofs 2016. 12. 13. 00:30

 



 

신명기를 통하여 모세는 자신이 가르쳤던 모든 것, 시나이 산과 광야에서의 여정을 통해 계시되었던 모든 것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시 상기시킨다.

모세가 온 이스라엘에게 말한다. “너희는 배불리 먹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신 좋은 땅 때문에 그분을 찬미하게 될 것이다.”(신명 8,10)

 

모세는 이 신명기의 구절에서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과 관련하여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그분의 땅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 실재, 즉 하느님, 백성, 땅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발견한다. 즉 이 구절은 세 주체들 사이에서 하느님이 의도하신 관계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이 상호 관계는 다음의 세 가지 기본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첫째,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땅을 주신다.
둘째, 땅은 백성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먹여 기른다.
셋째, 백성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섬긴다.

이 행동들로써 하느님 자신, 당신의 백성과 땅 사이에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관계, 완벽한 삼각관계가 이루어진다.

 

하느님은 땅을 주시고, 땅은 백성을 기르고, 백성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하느님을 찬양한다. 이것이 바로 전인적(全人的, holistic) 관계성, 곧 완전한 샬롬(shalom)이다. 이와 같이 성경은 샬롬의 생태학(ecology of shalom)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신명기 뿐 아니라 전체 구약 성경은 결국 하느님, 백성, 땅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선택된 민족을 통하여 창조 세계의 조화를 회복하기 위한 하느님의 역사(役事)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歷史) 안에서 이스라엘은 땅의 모든 민족들을 위한 하나의 축복이 된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12,3)

성경에서 하느님, 백성, 땅의 관계는 다른 방향으로도 표현된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형성하시고 축복하신다. 백성은 땅을 충실하게 돌보아야 한다.(레위 25장)

그리고 땅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시편 19,2) 이것이 하느님, 당신 백성, 땅 사이에서 하느님이 원하신 관계, 즉 하느님, 인간, 창조 질서 사이의 올바른 관계이다.

 

이 평화롭고 풍성한 조화인 참된 샬롬의 관계는 죄로 말미암아 단절되었다.

구약 성경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통하여 창조 세계를 회복할 계획을 시작하셨음을 증언한다. 하느님, 백성, 땅 사이에서의 조화와 화해의 상호 관계가 완전한 생태학(perfect ecology)이다.

성경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땅 위에 두셨다.

하느님은 인간 공동체의 지속을 위하여 동산을 꾸미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창세 2,8-9)

여기에서 우리는 샬롬의 완전한 모습, 곧 하느님, 인간, 땅 사이의 진정한 상호 관계를 발견한다.

 

이 완전한 샬롬의 생태학은 평화로운 이스라엘의 모습에서 잘 그려진다. “사람마다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고 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 지내리라.”(미카 4,4)

이 구절에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는다는 것은 치유된 창조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성경의 기본적인 이미지이다.

 

이것은 솔로몬 임금 당시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케 한다. “솔로몬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유다와 이스라엘에서는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마음 놓고 살았다.”(1열왕 5,5)

 

그러나 이것은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모습은 하느님 나라의 충만함에 대한 종말론적 약속이 된다. “그날에 만군의 주님의 말씀이다. 너희는 서로 이웃들을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로 초대하리라.”(즈카 3,10)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