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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영성으로>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75) 샬롬의 생태학 (2)

dariaofs 2016. 12. 14. 01:00

 



 

성경은 인간의 반항 때문에 단절되고 병든 관계를 조화로운 관계로 회복시키는 하느님의 힐링(healing)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느님의 이 힐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느님은 특별한 당신의 백성을 형성하시고 그들에게 특별한 땅, 곧 약속의 땅을 선사하셨다.

 

그런데 하느님의 관심은 단순히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온 땅의 모든 민족들을 위한 것이다. 사실 민족들은 성경에서 중심 주제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계획은 모든 민족을 축복하는 것이고 그들을 당신 구원의 역사(役事) 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드러내고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민족들에게 축복이 되기 위하여 선택되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신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이것이 네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알려 줄 말이다.”(탈출 19,5-6)

이스라엘은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사제적 백성이 되어야 한다. 즉 하느님이 누구이시고 그분이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보여주는 대조 사회(contrast society)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의 사명(mission)은 이스라엘과 하느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온 땅과 그 땅의 모든 민족들과의 관계를 포함한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의 하느님, 온 땅의 하느님이시다. 이와 같이 성경에서 펼쳐지는 구원 계획에는 다음 세 가지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

 

첫째, 하느님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시다.
둘째, 하느님의 계획에는 이스라엘의 땅만이 아니라 온 땅을 포함한다.
셋째, 하느님은 온 창조 세계에 샬롬(shalom)을 이루기 위하여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

그런데 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아직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하느님이 당신의 메시아를 보내실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메시아는 하느님의 이 힐링 계획을 실제로 완성할 것이다. 메시아를 통하여 하느님은 완전한 샬롬을 이루실 것이다.

 

이 샬롬의 메시아 왕국은 특히 이사야서 11장 1-9절에서 아름답게 그려진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이사 11,6-8)

 

여기에서 동물들은 단순히 민족들 사이의 평화를 상징하는 우의(allegory)만은 아니다. 약탈 동물과 그 먹이(늑대와 새끼 양, 표범과 새끼 염소, 새끼 사자와 송아지, 곰과 암소, 사자와 소)는 짝을 이루어 언급된다.

이 본문은 동물들 사이의 평화만이 아니라 인간 세상과 집짐승(새끼 양, 새끼 염소, 송아지, 암소, 소)과 들짐승(늑대, 표범, 사자, 곰, 독사) 사이의 평화를 그린다.

즉 인간과 자연 사이의 화해(reconciliation)를 표현한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는”(이사 11,1)

메시아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는데,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이사 11,2)

 

메시아는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정의로써 다스린다.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이사 11,4) 이와 같이 인간 사회 안에서의 정의로운 관계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화해와 동반한다.

즉 가난한 이들에게 압제자로부터의 안전을 선사하는 메시아의 관심은 약탈 동물로부터 더 약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러한 메시아의 활동으로 인해 인간의 폭력이 종식된다.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11,9)

이와 같이 메시아에 의해 정의와 샬롬, 곧 평화의 나라가 완성될 것이다. 이 정의와 평화는 이미 아브라함과 멜키체덱의 만남(창세 14,18-20)에서 예시된다.

멜키체덱, “그의 이름은 ‘정의의 임금’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또한 살렘의 임금 곧 평화의 임금이었습니다.”(히브 7,2)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