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2년 7월 15일 나해 연중 제15주일

dariaofs 2012. 7. 15. 01:03

 

(마르코 6,7-13)

 

 

 

 

<하느님 나라의 잔치>

 

7월 15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는 내용인데,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는 지시는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라는 가르침이고,

한 집에 머무르라는 지시는

더 나은 대접을 바라면서 다른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제자들이 할 일은

회개하라고 선포하고, 마귀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는 일인데,

이것은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 이어받아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는

제자들의 임무에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는 일이 추가됩니다.

 

제자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과 같습니다.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그는 종들을 보내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려고 하지 않았다(마태 22,2-3)."

제자들은 '혼인 잔치의 비유'에 나오는 종들입니다.

 

'혼인 잔치의 비유'를 보면

초대받은 사람들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제자들이 어떤 마을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일보다는

거부당하고 박해를 받는 일을 더 많이 겪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일을 당할 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십니다.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 6,11)."

 

복음을 전하는 일이 제자들의 임무이지만

사람들이 그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제자들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나중에 당하게 될 일을 알려주는 경고의 표시로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고 그 마을을 떠나면 됩니다.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는 행동은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합니다.

'증거' 라는 말은

그 먼지가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일에 대한 증거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씨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씨를 뿌린 사람이 아니라 밭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신앙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선교활동을 해야 하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큰 성과를 얻었다고 해서 잘난 체 할 것도 없습니다.)

 

루카복음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보면,

작은아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에

아버지가 그 아들을 위해서 잔치를 벌이는데,

큰아들은 집에 들어가려도 하지 않습니다(루카 15,28).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세속적인 일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하느님의 잔치에 참석하기를 거부했는데,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큰아들은 '화가 나서' 잔치 참석을 거부합니다.

 

제자들이 복음을 전할 때,

어떤 사람들은 복음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종교나 신앙에 대해서 아예 관심이 없어서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혼인 잔치의 비유'에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고, 구원, 내세, 영원한 생명 등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예수님이 정말로 구세주인지, 그리스도교가 정말로 참 종교인지 의심하면서

복음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큰아들입니다.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는

잔치 참석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임금이 멸망시키고

다른 사람들로 잔칫방을 채웁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는 아버지가 큰아들을 타이르지만,

그 아들이 잔치에 참석했는지, 끝내 거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을 돌려서 참석했다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유지되겠지만,

끝내 거부한다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끊어지게 됩니다.

(아버지가 그 아들을 억지로 끌고 가서 잔치에 참석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잔치 참석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각 신앙인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전하는 종이기도 하고,

그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이 되었다가,

어떤 때에는 큰아들이 되기도 합니다.

 

초대장을 전하는 일을 수행한다고 해서 잔치 참석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배반자 유다도 파견되어서 복음을 선포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