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성 의 향 기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dariaofs 2020. 3. 29. 19:08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제가 좀 더 사랑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사랑을 새롭히는 사순절이 되면 닦아야 할 유리창이 많은 듯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제 삶의 일과표엔 언제나 당신을 첫 자리에 두고서도 실제로는 당신을 첫 자리에 모시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올해도 우선 작은 일부터 사랑으로 이렇게 적혀있는 마음의 수첩에 당신의 싸인을 받고 싶습니다. 주님,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저의 조그만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은 끊임없이 찬미 받으소서. 주님, 제가 좀 더 침묵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침묵을 배우는 사순절이 되면 많은 말로 저지른 저의 잘못이 산만한 부끄러움으로 앞을 가립니다. 매일 잠깐씩이라도 성체앞에 끓어 앉아 말이 있기 전의 침묵을 묵상하게 하소서. 제가 다는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고통과 수난, 죽음보다 강한 그 극진한 사랑법을 침묵하는 성체 앞에서 침묵으로 알아듣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 제가 먼 광야로 떠나지 않고서도 매일의 삶 속에 당신과 하나되는 즐거운 사순절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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