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제회, 서울 환경사목위와 함께 14일부터 ‘초록 사순 특강’
김정훈 신부 “생태적 삶은 세계관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설계”
지난 5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40일간의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는 이 시기에 본당과 교구에서는 다양한 특강이 열린다.
이번 사순시기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관구장 기경호 신부)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 이하 환경사목위)와 공동으로 ‘초록 사순 특강’을 준비했다.
14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성당에서 시작하는 초록 사순 특강은
▲창조질서보전과 즐거운 불편
▲방사능과 건강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먹을거리 문제와 생명의 먹을거리
▲생태성인 프란치스코 등을 주제로 총 다섯 번의 강좌가 매주 금요일에 이어진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실장,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진 교수,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 작은형제회 김정훈 신부가 강사로 나선다.
환경사목위와 함께 특강을 준비한 김정훈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수도회의 창립자인 프란치스코가 13세기 처음으로 시작한 탁발 수도회 양식이 “민중이 되어, 민중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며, “구원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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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형제회 김정훈 신부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초록 사순 특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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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현대 사회에서 재해석되어야 해요. 사순절의 의미나 참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특강이 신앙인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작은형제회는 지난 1월 9일 수도회로서는 처음으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한 켠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직매장 ‘하늘땅물벗’을 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환경사목위와 에코 북 콘서트와 우리농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함께할 계획이다.
김 신부는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생태를 위해 활동하는 이들의 주보성인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을 택하셨는데, 저희가 교회나 사회에서 필요한 몫들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늘 안타깝다”며, 환경 문제와 생태적 영성에 관한 애정을 드러냈다.
“늘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는 무게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감당할 여력은 부족하다 느끼고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가 그동안 쌓아온 내용들이 있으니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가능한 것들을 함께해 나가려 해요.”
그간 작은형제회는 이런 생태적 삶과 영성을 구현하기 위해 크고 작은 시도를 해왔다. 증축 전에 있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200여 평 옥상에서는 3년간 도시 텃밭을 일궜다.
경남 하동군 악양 은둔소는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에너지, 화장실, 모든 면에서 생태적 구조를 구현했다. 예산 문제로 실현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수도회가 생태적 영성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영성을 더 밀도 있게 사는 게 우리의 과제임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에 들어선 우리농 매장의 협동조합 전환을 모색 중이다.
“중세 유럽 교회에서 처음으로 신용협동조합을 만든 게 프란치스칸들이었어요. 협동조합이 프란치스칸 정신과 무관하지 않죠. 같이 살고, 더불어 살고. 그 안에 우리 수도회 형제들이 매개 역할, 주춧돌 역할을 하면서요. 그러려면 일단 형제들의 동의가 중요하니까요. 형제들과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면서 관심을 키워가고 있어요.”
김 신부는 생태적 삶이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오염을 막는 차원의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의 세계관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설계’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사는 세계에, 이런 체제에 만족하는가, 행복한가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이런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우리 가치관이거든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생태적 세계관이라고 생각해요.
8백 년 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보여줬던 이상이 현대인에게는 생태적 삶이라 불리는 거겠죠. 우리 안에 있던 그 보물을 회복시켜내는 삶, 그게 생태적 삶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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