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교회상식 속풀이] 25. 미사포는 왜 쓰며, 꼭 써야할까요?

dariaofs 2014. 2. 21. 12:42

 

미사포(혹은 보자기를 뜻해서 미사보라고 하기도 합니다.)는 미사 전례 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베일(veil)을 가리킵니다.

 

말 그대로 머리를 ‘가리는’ 용도의 천이지요. 보통 흰색과 검정색이 있는데, 천의 용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색이나 무늬는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겁니다.

 

가리는 용도의 이 천은 존경을 표해야 할 어떤 존재 앞에서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인물 레베카(창세 24,65)는 남편이 될 이사악을 보고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고 합니다.

 

결혼식의 면사포(面紗布)는 아마도 이런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직도 여러 문화권에서는 아내될 사람이 남편될 사람에게 혼례예식 전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관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상봉 기자

 

 

요즘의 문화에서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차별이 아니라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의식이 자리잡았고, 남편은 삶의 동반자이지 더 이상 떠받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기에 얼굴을 가리는 면사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반면, 여전히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문화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결혼식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강한 곳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얼굴이나 머리를 가리는 규정이나 태도가 유지되고 있음이 한 가지 예가 될 것입니다.

 

한편, 가리는 행위가 하느님의 거룩함, 하느님의 영광이 곁에 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과 단둘이 대면할 때는 너울을 벗고 있다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만날 때는 얼굴을 너울로 가렸다고 합니다(탈출 34,35).

 

하느님과 이야기 하는 동안 얼굴이 빛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가기를 두려워했습니다.

 

모세의 얼굴이 하느님을 내비쳤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리는 천은 거룩한 대상이 곁에 계심을 알리며, 이에 대한 경외와 존경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성경을 토대로 오래 이어져 온 전통으로 보자면, 여자들만 머리를 가릴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머리를 가리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의 표시가 될 것입니다. 유다인 남자들은 기도할 때 머리에 키파(kippah)라는 둥글고 납작한 빵모자를 씁니다.

 

빠리의 한 노숙자 카페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알게 된 미쉘이라는 유다인 아저씨는, 제가 수도자로서 결혼 안하고 산다는 것을 알고 어쩌면 그럴 수 있냐며 감탄했던 사람입니다.

 

미쉘은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을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음에도,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지론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무튼, 이 유다인 아저씨는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제가 친근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저를 토요일(토요일은 유다인들의 안식일입니다.) 11시에 빠리 중심부의 유다인 회당(synagogue)에서 만나자고 하더군요. 회당에서 안식일에 벌어지는 예식을 보여주고 싶다고요.

 

그래서 약속한 토요일에 회당 앞에 갔고, 그 덕에 유다인 회당 구경을 난생 처음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머리에 뭘 써야 회당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입구에서 빌려주는 모자를 얻어 쓰고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유다교 예식에서는 남자들이 기도할 때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모자까지 얻어 쓰고 들어가 본 회당이었는데, 안식일 전례는 그렇게 인상 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1층엔 남자, 2층엔 여자들이 앉아서 성경 읽고, 마지막 부분에 랍비가 설교 한 말씀 하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에서는 어찌 여자들만 미사포를 쓰는 걸까요? 오늘의 맥락에서는 단순하게 그게 예절을 아름답고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미사포 쓰고 미사 참례하는 장면이 나오면, 신자 아닌 사람들도 그 장면(좀 더 정확히는 그녀에게)에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미적인 이유가 아니라, 미사포에 대해 성경을 바탕으로 한 설명은, 고린토 1서 11장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고린 11,3)

 

그래서 남자는 머리인 그리스도를 드러내 보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에 여자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1고린 11,4)이라고 했습니다.

 

즉, 여자들은 여전히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을 표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여자들이 미사포를 쓰게 된 배경입니다.

 

이제, 먼저 언급한 유다교 전통과 이어서 설명한 고린토 1서의 말씀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남자가 머리에 쓰던 것을 왜 안 쓰게 되었냐 하는 문제 제기가 가능해집니다.

 

유다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자나 여자나 머리에 무엇인가를 쓰거나 가려왔기 때문이지요.

 

그리스도교와 유다교가 무슨 상관이냐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리스도교는 유다문화 전통에서 나온 것이기에 무관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바오로 역시 그 문화 안에서 율법과 예언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을 전파하면서 전통 유다교와 일정한 차이를 두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유다인들의 풍습을 모두 바꾼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바오로가 남자들에게 머리를 가리지 말라고 한 것은, 바오로 시대의 랍비 전통이 예배 때 머리를 가리지 말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다시 유다인 남자들도 머리에 무엇인가 쓰는 것으로 봐서는 바오로 시대 당시의 한시적인 유행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 의미는 자신들이 무방비이며 하느님의 보호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에 여자에게는, 남녀사이의 구별을 위해 머리를 가리라는 권고가 따라왔던 것이고요. 어쩌면 바오로는 당시의 유행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맞는 해석으로 바꿔서 전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시작된 풍습으로 인해 그리스도교 안에서, 남자는 미사 중에 머리를 가리지 않고, 여자는 머리를 가리기 위해 미사포를 쓰는 전통, 혹은 그것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배경은 슬슬 잊혀지고 미사의 경건함이나 미적인 차원에서 미사포의 역할을 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느낌입니다.

 

언젠가 미사 중에 머리에 모자를 쓰고 들어온 남학생을 보고는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습니다(그러고 보니까 여자 청년이 머리에 뭘 쓰고 들어오는 건 제 눈에 별로 안 거슬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제가 바오로의 가르침에 나름 충실했던가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도 좀 더 고상한 해석을 해볼 계획입니다. 설령 이 친구는 머리를 안 감았거나 그저 머리를 가리고 싶어서, 혹은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걸 피하고자 한 행동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그가 하느님을 경외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봐 주려고 합니다.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신자(아무래도 여자가 되겠습니다.)가 오면, 그는 하느님께 자신의 나약함과 가난함을 고백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하면 좋을 듯합니다.

 

미사 참례를 하는데, 여러분은 미사포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중에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가리든 안 가리든 이제부터는 그 배경적 의미를 헤아리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즉, 본래 의미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하느님을 대면하는 자세와 관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미사 참례 때마다 되살릴 수 있으며, 이런 내적 자세는 우리의 기도생활에 그만큼 매우 유익한 것이 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