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속풀이의 질문이 좀 엉뚱하게 들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미사 시간에 한 번도 늦어본 적이 없으시거나 피치 못한 사정 때문에 지각한 적은 있다하여도 평소에는, 늦어도 미사 시작 오 분 전까지 성당에 가서 마음을 준비하는 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시면 ‘게으름’을 비롯한 아주 다양한 이유 때문에 미사 시작에 맞추지 못하고 어느 정도 지각을 하여 성당에 오시는 형제, 자매님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이 어디에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미사 지각을 하면 영성체를 받아보시지 못한다는 말씀을 들었나 봅니다.
어릴 때 제 안에서도 제기되었던 질문이 사실상 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미사에 지각을 해도 성체를 모실 수 있는 걸까요?” 감히 본당 신부님께는 여쭤보기가 쉽지 않았고, 교리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그분이 나름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 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미사가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나뉘는데 사실 이 두 부분에 다 참석해야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지각을 하더라도 독서가 시작되기 전에는 와야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었습니다.
제 교리 선생님의 설명에 따른다면, (평일 미사 기준) 미사 시작 후 5분 내로 와야 독서를 들을까 말까 합니다.
또 다른 의견은 소년 레지오 마리애의 한 그룹(전문 용어로 ‘쁘레시디움’이라고 합니다.)을 이끌던 단장님이 제시했던 것인데, 늦어도 강론 전에는 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강론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었습니다.
공동체 식사 중에 오늘 속풀이 물음과 연관된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떤 사람은 주님의 기도 전에는 와야 성체를 모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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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봉 기자 | ||
수도자의 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미사에 지각해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제가 경험한 경우는 첫 번째 독서 전후에 성전 문 앞에 도착해 뒤 쪽에 서 있다가, 복음 환호성 때 신자들이 일어난 틈을 이용해 빈자리로 미끌어져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늦은 경우에는 아예 성체를 모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음속으로 성체를 모시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저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각의 원인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흥미거리를 조금 더 맛보겠다고 시간을 미루고 미루다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종합해 보면, 사실 성체를 모실 수 있고 없고의 정확한 규정은 없어 보입니다. 조금 더 써서, 꼭 성체를 모셔야겠다면 영성체 전에만 오면 성체를 모시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사를 부분별로 나뉘어 있는 전례로 이해하기 보다는 전체를 커다란 하나의 전례로 보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엄밀히 따져, 미사의 시작은 사제가 입당을 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주례 사제는 미사에 지각할 수가 없다는 게 이론적으로 맞습니다. 단지 미사 시작 시간이 뒤로 물러나는 거지요.
예전에 어느 본당의 미사 주례를 부탁받고는 당일에 길을 헤매서 미사에 늦은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저랑 같이 성당에 도착한 교우들은 미사에 지각하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니 너그럽게 봐 주시길 청합니다.)
그리고, 미사의 시작예식에 포함된 참회예절*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전례에 임하는 마음을 준비하게 되기에, 미사의 첫 부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사를 한 덩어리의 예식으로 보면, 모든 순간이 다 중요합니다.
한 번 더, 미사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시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미사 참례를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서는 의지를 발현해 보시길 권합니다.
혹시나 미사 시작보다 한참 일찍 도착했다고 해도 억울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성체조배를 하실 수 있으니까요.
*참회예절: 미사의 시작 예식에 포함됩니다. 세 가지 양식(가, 나, 다)이 있습니다. 주례 사제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중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로 시작하는 참회의 기도문을 바치는 (가)양식이 가장 잘 사용된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도의 뜻을 잘 헤아려 바치면, 하느님 앞에 겸손한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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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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