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교회상식 속풀이] 40. 신자 없이 사제 혼자 미사해도 되나요?

dariaofs 2014. 3. 18. 01:30

 

지난 번에는 미사의 어느 시점까지 맞춰 와야 영성체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을 다뤄봤는데, 이번에는 신자가 아예 없어도 미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신자수가 급격히 줄어서 적잖은 성당이 문을 닫아버린 유럽 교회와는 다른 한국교회에서, 본당에 아무리 사람이 없다해도 사제 홀로 미사를 드리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본당은 신자들의 생활을 고려해서 미사 시간을 맞춰 전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어림해 봅니다.

 

실제로 미사를 홀로 봉헌해야 하는 이들은 본당이 아닌 특수한 사목현장에 소수의 인원이 파견받아 활동하는 사제들입니다. 가능하면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하겠지만, 사목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개별적으로 전례를 진행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몇년 전 여름에 초중생들을 데리고 열흘간 해외 체험을 동반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 중에 신자가 많지 않았기도 했지만, 이 녀석들에게 매일미사를 강요할 수도 없어서 숙소에서 혼자 미사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해외에 유학 중인 학생 사제들도 그런 경우에 포함됩니다. 학생 사제들이 머무는 곳은 보통 기숙사 같은 곳이라 내부에 경당도 있어서 보통 공동체 차원에서 미사가 진행되지만, 이런 특수 상황의 사제들은 학업 일정 때문에 신자없이 미사를 봉헌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한상봉 기자

 

어째 미사를 봉헌 "해야만" 하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그것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회법에 따라 성직자들은 자기 삶을 통해 성덕을 추구해야 하고, 이런 덕을 추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것 중에 하나로 "성찬 제헌", 쉽게 말해서 미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교회법 제276조 2항 2호 참조)

 

이렇게 보면, 본당에서 날마다 미사가 봉헌되는 것은 신자분들의 성덕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본당 사제의 직무에 신자분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꼭 의무에 따른 초대라고 보는 것은 좀 인정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미사는 근본적으로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는 전례이기 때문입니다.

 

미사가 공동식사에서 발생한 전례란 것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빵을 쪼개어" 나누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혼자라면 빵을 나눈다는 의미가 힘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초기에는, 빵을 나누는 식사와 그리스도의 만찬을 기억한다는 제의적 의미가 공존하였던 것인데, 신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식사의 기능은 밀려나고 제의의 의미가 강화된 것입니다.

 

거기에 하느님 말씀을 양식으로 삼는 "말씀의 전례"가 자리잡으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미사의 형태가 완성됐다고 하겠습니다.

 

전례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미사의 틀거리 즉, 말씀과 성찬 전례의 구성은 루카 복음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루카 24,13-35)에 이미 등장한다고 합니다. 성경의 말씀을 예수님께서 설명해 주시고, 빵을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가 먹는 일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밥을 먹는 것은 우리를 살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말씀의 전례를 통해 우리는 영혼을 살리고, 성찬의 전례를 통해 육신마저 살리는 셈입니다.

 

성찬의 전례 때, 좀 더 양껏 먹을 수 있다면 육신이 힘을 얻는다는 의미가 더 커지겠지만, 영적인 의미에서 우선 만족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쉬운 분들은 미사 후 동료 신자분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국 미사를 사제 홀로 봉헌할 수 있다고 해도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성찬'이라는 전례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와 생명력을 살리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